케이블TV 채널권 경쟁 가열

중앙일보

입력

케이블TV 지역방송국(SO)들의 채널 재배치 문제가 케이블 업계의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SO들은 15개 신규채널들이 본격적으로 개국하는 9월초에 맞춰 뉴스, 홈쇼핑, 영화 등으로 보급형 `기본 채널'을 구성해 2∼20번대 채널에 재배치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는 지난 98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채널 티어링(단계별 채널 묶음 마케팅)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채널 티어링 제도의 실시 이후 케이블TV 가입자들은 현재 보급형 채널(4천∼5천원)에서 캐치원(2만4천800원) 및 한경와우TV(3만4천800원)가 포함된 유료채널까지 선택적으로 케이블TV를 시청하고 있다.

즉, SO들은 가입자 확보를 위해 컨버터 설치비(13만원) 및 컨버터 사용료(2천원)를 내지 않아도 되는 보급형 채널에 비중을 두고 기존 채널을 재배치하려는 것이다.SO들의 이같은 움직임에 대해 수신료 대신 광고수익에 기대를 걸고 있는 온미디어나 제일제당 등 여러 개의 채널을 운영하는 MPP들이 적극 동조하고 있다.

MPP들은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방송들의 재전송 주파대역에 자사의 채널들을 배치함으로써 시청률과 광고효과를 동시에 높이려는 것이다. 여기에는 채널합병으로 몸집을 키운 MPP들이 위성방송 도입 등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앞두고 지상파 방송과 본격적인 경쟁을 하겠다는 의도도 포함되어 있다.

케이블TV 업계의 이같은 전략은 중계유선방송과 종합유선방송이 통합된 뒤 전체 TV시청가구의 70% 정도인 1천만 가구 정도가 유선을 통해 TV를 시청하고 있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이다.

SO들의 중계유선방송 인수율은 비공식 집계지만 7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적게 잡아도 600∼700만 가구의 시청자를 SO들이 관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 걸음 나아가 채널 재배치 등 판촉 전략으로 가입자 수를 크게 늘려 SO들이 향후 전체 방송사업의 주도권을 쥐려는 발판을 마련하려는 것이다.

SO들의 채널 재배치에 대해 케이블 업계 내에서 이견도 나오고 있다. 특히 종교 채널들은 보급형 기본 채널에 자사를 포함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 추진과정에서 마찰이 예상된다. 24시간 뉴스채널 YTN 등이 기존의 채널 번호를 포기해야 하는지도 아직 정리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SO측은 "초기 도입단계에는 케이블 방송의 조기정착을 위해 모든 채널을 의무적으로 전송했지만 이젠 시청자들에게 선택권을 주는 쪽으로 채널 정책을 바꿀 수 밖에 없다"며 사업성에 맞춘 채널 재배치를 계획대로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SO들은 전송 주파대역은 제한된 상황에서 채널이 계속 늘어날 경우 하나의 주파대역에 두 개의 채널을 전송하는 문제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본방송 외에 재방, 삼방을 하고 있는 일부 경쟁력 없는 채널의 순환 편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결국 SO들의 채널 재배치는 향후 케이블TV 내부의 판도 변화는 물론 지상파 방송과의 채널 경쟁 등을 통해 방송계 전체에 적지 않은 파장을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연합뉴스) 정천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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