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 초강세…미 사우디에 증산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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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원유가격이 계속 올라 배럴당 32달러선을 넘어선 가운데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아라비아에 친서를 보내 증산을 요구했다고 중동경제조사지(MEES)가 21일 보도했다.

뉴욕상품시장의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중질유는 21일 배럴당 32.20달러로 개장된 뒤 한 때 33.00달러까지 치솟았다 32.47달러로 마감되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런던석유시장의 10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도 이날 한 때 배럴당 31.15달러까지 올라갔다 30.60달러로 장을 마쳐 5일 연속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석유 재고가 24년만에 최저치로 떨어졌음에도 불구,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한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당분간 증산에 나서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따라 유가가 강세를 지속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한편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은 지난주 압둘라 빈 압둘아지즈 사우디 아라비아왕세자에게 친서를 보내 유가가 떨어질 수 있도록 사우디가 OPEC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해줄 것을 요구했다고 MEES가 21일 밝혔다.

미국은 증산 여력을 보유한 세계 최대산유국인 사우디 아라비아가 유가 안정을 위해 가능한 한 빠른 시일내에 증산에 나서줄 것을 촉구하고 있다고 MEES는 전했다.

사우디 아라비아는 지난달 유가를 배럴당 25달러선으로 떨어뜨리기 위해 증산을 단행할 것을 OPEC회원국들에 촉구했으나 쿠웨이트와 이란, 베네수엘라 등의 반대에 부딪쳤다.

전문가들은 오는 9월 10일 열리는 OPEC각료회의에서 증산이 결정된다 해도 증산물량은 소폭에 그쳐 난방유 등의 수요가 많은 올 겨울에 석유 공급 부족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카이로=연합뉴스) 이기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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