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수, 두려운 일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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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2011학년도 수능에 응시한 수험생 66만8991명 중 재학생은 51만893명(76.4%), 졸업생은 14만4056명(21.5%), 검정고시 출신자는 1만4042명(2.1%)이었다. 표준점수를 기준으로 수능 언어·수리·외국어 영역 성적은 졸업생은 전체 영역에서 재학생보다 평균 성적이 높았다. 이는 영역별 1등급 비율에서도 확인된다.

 상위권 대학 합격자 중 재수생의 비율이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2010학년도 상위권 대학 재수생 합격률은 서울대 32.2%, 고려대 47.4%, 연세대 43.3%, 성균관대 61.3%, 한양대 53.6%, 중앙대 54.0%, 경희대 41.9%에 이른다. 2010학년도 수능응시자 중 재수생 비율이 22%였던 점을 감안하면 상당한 수준이다. 이 비율이 2011학년도엔 더 증가해 고려대 입시에서 재수생의 합격률은 52%에 달했다. 연세대와 한양대도 각각 50%, 47%로 재수생 강세 현상은 수도권 주요 대학의 일반적인 현상이 됐다. 3~4년 전만 해도 수시는 재학생의 전유물이었지만, 이젠 수시에서도 졸업생 비율이 재학생보다 높다.

 2013학년도 대입제도에서도 재수생 강세는 이어질까. 2013학년도의 전체 선발인원은 전년도의 38만2730 명보다 7035 명이 줄어든 37만5695명이다. 2012학년도 수시 선발비율은 전체 대비 62.1%였다. 수시선발 인원은 해마다 확대되고 있는데 2013학년도엔 서울대가 수시 선발 인원을 80%까지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다른 상위권 대학들도 수시선발 인원을 대폭 확대하진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수시모집이 증가한다고 해서 논술과 학생부의 반영비율이 늘고, 재수생이 강세인 수능의 반영비율이 줄 것으로 판단해선 안 된다. 올해 대입에서도 수시와 정시를 통틀어 일반전형 선발인원은 전년도에 비해 큰 차이가 없다. 즉, 정시에서 선발할 일반전형이 수시전형으로 이동해 왔다고 보는 것이 맞다. 여전히 최저학력기준으로서나 수능 우수자우선선발 조건으로서 수능의 변별력은 결정적이다.

 따라서 재수를 하려는 수험생들은 재수를 두려워하지 말고 이런 점을 강점으로 삼아야한다. 재학생 때보다 유리한 입지를 차지할 수 있는 점을 공략해야 한다. 첫째는 학습량과 수능집중력의 차이다. 재학생들은 내신준비, 수시원서작성, 수시전형 등에 3~4개월을 소요하다 보니 수능시험일이 가까워질수록 수능에 대한 집중력이 떨어지는 경향이 있다. 졸업생은 그런 경험을 밑천 삼아 수능에 대한 집중력을 키워야 한다.

 둘째는 선택과 집중의 차이다. 재학생은 명확한 전략을 짜지 못한 채 특별전형 위주로 요행을 바라는 경향이 강하다. 하지만 졸업생은 수능 중심의 학습전략 수립과, 자신의 수준에 맞는 대입전략을 수립하는 태도를 가질 수 있는 경험이 있다. 셋째로 자기주도적 학습이다. 재학생들은 학교공부, 학원수업, 인터넷 강의, 비교과 활동 등에 쫓겨 중심을 잃을 수 있다. 반면 졸업생은 수능에만 집중할 수 있어 보다 체계적인 학습계획과 전략을 발휘할 수 있다.

 2012학년도 대학입시가 전년도에 비해 수능의 변별력이 감소하지 않는다는 점을 이해한다면, 불가피하게 재수의 길을 가야 하는 수험생들은 두려워할 것이 없다. 오히려 재수로 수능성적을 높인다면 전화위복의 기회가 될 것이다.

<정수근 강남청솔학원 비봉기숙학원 원장 사진="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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