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6만원이면 OK … 창업 어렵지 않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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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2면

하지윤
㈜에이치&어소시에이츠 대표

며칠 전 대기업에서 홍보 임원으로 있었던 분을 만났다. 이제 50대 초반인데 최근 퇴직 통보를 받았다고 한다.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나를 찾아온 것은 아마 일자리를 알아봐달라는 이유였을 거다. 나는 창업도 고려해보라고 권했다. 그동안 쌓은 인맥과 지식, 경험을 활용하면 가능할 거라고 했다. 하지만 그에게서 돌아온 답은 이랬다. “아는 게 전혀 없다. 자신이 없다. 실패할까 봐 두렵다.”

 나는 퇴직한 분들에게 창업하라고 자주 말한다. 필자 역시 오랜 직장생활을 끝으로 지난해 3월 창업했다. 창업을 주저하는 사람들은 종종 이런 변명조의 농담을 한다. “나, 세금계산서 하나 끊을 줄 몰라.”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전자세금계산서 제도를 이용하면 5분이면 익힐 수 있다. “법인 설립이 복잡하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주식회사를 설립해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정말 간편해졌다. 자본금 제한도 없고, 1인 주주도 가능하다. 세무서에 서류를 제출하면 30분 내에 사업자등록증을 내준다. 자본금 10억원 미만인 법인은 집에서도 설립 가능하다. 비용도 6만원 정도밖에 안 든다고 한다. 만약 법인 설립이 부담스러우면 개인사업자를 하면 된다. 개인사업자를 내는 과정은 더 간편하다.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업자등록증을 만드는 것에서 창업은 시작되는 셈이다. 6만원(법인 설립 시) 정도 투자해 회사를 하나 만들 수 있다면 해볼 만한 투자다. 최소한 회사 설립과 관련된 공부를 제대로 할 수 있고, 자신의 새 명함이라도 가질 수 있다. 결국 문제는 두려움이다. 이를 이겨내는 자신감이 관건이다.

 그런데 의외로 곰곰이 둘러보면 오랜 직장생활 동안 맺었던 인맥과 쌓은 경험이 상당하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내가 잘하는 분야도 그 과정에서 찾을 수 있다. 사업 아이템을 골랐다면 주위 사람들에게 문의하고 부탁하라. 거절당하면 어쩌냐고. 우리가 현직에 있을 때, 어려운 처지에 있는 친구나 친지, 거래처 사람들이 진심으로 부탁할 때 우리는 그렇게 모질었는가. 도전하는 사람에게 세상은 그렇게 춥지 않다. 게다가 길어진 수명 때문에 퇴직 이후에도 소득을 계속 만들어내야 한다.

 퇴직 이후 20년을 감안해 경제활동을 준비해야 한다. 결국 누구나 한 번 이상은 창업해야 하는 시대가 된 셈이다. 이왕 할 일이라면 자신감을 갖고, 즐겁게 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하지윤 ㈜에이치&어소시에이츠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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