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뇌 속을 들여다보다 … 형광유전자 활용 신기술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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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뇌 신경세포들은 서로 전기나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며 감정과 학습, 기억, 행동의 기능을 한다. 그러나 뇌 신경세포들이 서로 연결되는 순간을 낱개 단위까지 알아내지는 못했다. 최근 국내외에서 뇌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획기적인 신기술들이 잇따라 개발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김진현 박사(사진)팀이 개발한 녹색형광유전자(GFP)를 이용한 기법, 미국 스탠퍼드대의 칼 다이서로스 교수팀이 개발한 레이저와 특수 단백질로 뇌 세포의 활동을 조절할 수 있는 ‘광유전학’ 기술이 뇌 과학계의 큰 관심을 끌고 있다. 이 두 기술은 올해 뇌 연구의 새로운 차원을 열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김 박사는 녹색형광유전자를 두 개로 나눴다. 그 유전자 덩어리는 형광을 띠지만 둘로 나누면 형광을 발하지 않는다. 또 나눠진 유전자가 만나면 다시 형광을 띤다. 그런 특성을 신경세포의 연결망을 알아내는 데 활용한 것이 김 박사의 아이디어다. 김 박사는 서로 나뉜 녹색형광유전자 반쪽씩을 바이러스를 이용해 뇌 신경세포에 집어넣었다. 그런 뒤 뇌 신경세포가 활동을 시작하고, 인접한 뇌신경세포와 연결되면 곧 바로 녹색 형광이 나타났다. 반쪽의 두 유전자가 합해져 하나가 되면서 그런 빛을 낸 것이다. 이 순간은 광학현미경으로도 관찰할 수 있고, 그런 장면을 모으면 뇌 신경망 지도를 만들 수 있다. 그동안 전자현미경이나 MRI 등으로 뇌 신경망 지도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으나 해상도가 떨어지거나 시냅스(synapse)를 관찰하기 어려워 지도 제작이 쉽지 않았다. 그러나 김 박사의 기술을 이용하면 가장 정밀한 뇌 신경망 지도가 만들어질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박사는 “뇌 시상(視床)과 대뇌 피질, 해마 등의 신경세포를 이용해 신경망 지도를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뇌 기능 연구에 가장 필요한 뇌 신경망 지도를 정밀하게 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그 의의를 설명했다.

 광유전학(optogenetics)은 해양생물에서 채취한 유전자와 레이저 빛을 이용한다. 이는 빛에 민감한 유전자에 서로 다른 종류의 레이저 빛을 쪼이면 뇌 세포가 활동하게도, 활동을 멈추게도 할 수 있는 기술이다. 즉 뇌 세포에 대한 레이저 스위치인 셈이다. 스위스 연구팀은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코카인에 중독된 뇌 세포를 정상처럼 되돌리기도 했다. 코카인에 반응하는 뇌 세포의 기능을 이 방법으로 억제한 것이다. 이는 마약이나 도박 중독자들을 치료할 수 있는 한 방법이 될 수도 있다.

 김 박사의 기법과 광유전학은 아직 인간에게 직접 적용하기는 어려운 점은 있다. 바이러스를 이용해 유전자를 뇌 세포에 집어넣어야 하고, 레이저를 직접 뇌 세포에 쪼여주기 위해 광섬유를 뇌에 꽂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동물 모델에서 다양한 뇌 현상을 직접 관찰할 수 있는 중요한 도구인 것은 틀림없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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