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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 이착륙 ‘트랜스포머 비행기’ 경쟁 뜨겁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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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연합군과 리비아 카다피군의 전쟁이 한창이던 지난해 3월 22일. 리비아 공습에 나섰던 미 공군 F-15E 전폭기가 기체 결함으로 리비아 동부지역에 추락했다. 조종사는 곧바로 비상 탈출했지만 시간을 끌면 적에게 생포될 위기에 몰렸다.

 적의 수중에 떨어질 뻔한 조종사를 구한 것은 영화 ‘트랜스포머’에 등장해 일명 ‘트랜스포머 비행기’로 불리는 V-22. 인근 해상에 떠 있던 미 항공모함에서 헬기처럼 수직으로 떠오른 V-22는 곧바로 일반 비행기로 변신해 최고 시속 463㎞의 고속으로 날아가 90분 만에 조종사를 구출해 왔다. 블랙호크 헬기가 시속 270㎞인 것에 비하면 ‘초고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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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군이 2007년 처음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에 V-22를 처음 투입해 혁혁한 전공을 올린 이후 군용과 민수용 트랜스포머 비행기 개발 열풍이 불고 있다. 미국과 이탈리아· 영국· 한국 등이 그 대열에 섰다.

 세계에서 유일하게 트랜스포머 비행기를 군용으로 투입하고 있는 미군이 신형 개발에 가장 적극적이다. 세계 곳곳에서 많은 전쟁을 치르면서 헬기 손실이 워낙 커 그 대안으로 트랜스포머 비행기를 꼽고 있어서다. 미군은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에 673대의 헬기를 투입했으며, 그중 375대가 격추되거나 추락해 489명이 사망했다. 헬기는 비행 속도가 느린 데다 짐을 많이 실으면 낮게 날을 수밖에 없어 휴대용 대공미사일에도 쉽게 격추되는 게 손실의 주 요인이었다. 그러나 트랜스포머 비행기가 없을 때는 병력과 전쟁 물자 수송에 헬기를 동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일반 수송기는 전장에 활주로가 없는 곳이 태반이기 때문에 동원하는 데 한계가 있다.

 미군은 지난해 수직 이착륙형 대형 수송기(JHL) 개발에 착수했다. JHL은 V-22보다 세 배 정도 더 많은 병력을 태우고도 최고 시속 556㎞로 날 수 있도록 개발한다는 것이 목표다. 현장 배치는 2020년으로 잡고 있다. V-22는 승무원 4명과 군인 24~32명을 태우고, 최고 시속 463㎞로 날 수 있다.

 이탈리아 항공기개발업체인 어거스타 웨스트랜드는 9인승 민수 모델(BA609)을 개발하고 있다. 최고 시속 510㎞, 이송 거리 1390㎞다. 2013년 운항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산간이나 비행장이 없는 지역의 여객 수요를 겨냥하고 있다. 영국 FALX사는 2인승 모델을 개발했다. 도심에서 자가용 비행기로 사용할 수도 있는 모델이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11월 말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무인기 모델 ‘스마트’를 개발해 비행 시연을 가졌다. 최고 시속 440㎞이며, 주·야간용 카메라 등 90㎏의 짐을 실을 수 있다. 한번 이륙하면 5시간을 체공할 수 있다. 무인기 모델은 우리나라가 개발한 것이 세계에서 유일하다. 내년에는 비행기 등 다른 물체가 접근하면 무조건 다른 곳으로 피하도록 하는 기능을 실제 운행하면서 시험할 계획이다.

 스마트 개발 단장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김재무 박사는 “트랜스포머 비행기는 유인기보다 무인기 개발이 더 어렵다”며 “군용뿐 아니라 민수용으로도 그 용도가 아주 넓다”고 말했다.

 트랜스포머 비행기를 개발할 때 가장 어려운 기술은 헬기에서 프로펠러 비행기, 프로펠러 비행기에서 헬기로 변신하도록 하는 기능이다. 변신을 어설프게 했다가는 그대로 추락하기 때문이다. V-22를 미국 벨사가 개발하면서 여러 번 추락해 30여 명이 사망하기도 했었다.

 김 박사는 “변신할 때의 프로펠러 조작은 컴퓨터가 정밀하게 조정하도록 한다”며 “스마트 무인기를 개발할 때 축소 모형을 추락시켜가면서 그 기술을 습득했다”고 말했다.

 스마트 무인기는 중국 어선의 서해 불법 어로 감시용으로 띄워도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한번 이륙하면 5시간 동안 떠 있을 수 있고, 하늘에서 찍은 영상을 해경 경비정과 공유하면서 밤낮으로 바다를 감시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랜스포머 비행기는 앞으로 유인기와 무인기, 군용과 민수용 등 다방면으로 급속하게 확산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박방주 과학전문기자

●트랜스포머 비행기

틸트로터(Tilt Rotor)라고도 한다. 이착륙 때에는 프로펠러를 헬기처럼 하늘 쪽으로 올리고, 비행 때는 일반 프로펠러 비행기처럼 기체와 수평 방향으로 눕힌다. 헬기와 프로펠러 비행기 장점을 모두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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