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메달전망 ⑥레슬링

중앙일보

입력

`이번 올림픽에서도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겠다'

우락부락한 상체에 태극마크를 단 레슬러들이 20여일 앞으로 다가 온 시드니올림픽에서 개인뿐 아니라 조국의 명예를 더 높이겠다며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레슬링은 올림픽때마다 한국의 메달밭이었던 효자종목.

새 천년을 여는 첫 올림픽에서도 레슬링은 변함없이 효자 노릇을 할 전망이다. 76년 몬트리올올림픽에서 양정모(자유형 62㎏)가 우승, 한국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일궜던 레슬링은 이후 올림픽에서 매번 1-2개의 금메달을 따 한국이 세계스포츠 강국으로 부상하는 데 가장 큰 몫을 해냈다.

84년 LA올림픽에서 김원기(그레코로만형 62㎏)와 유인택(자유형 68㎏)이, 88년 서울올림픽에서는 한명우(자유형 82㎏)와 김영남(그레코로만형 74㎏)이, 이어 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박장순(자유형 74㎏), 안한봉(그레코로만형 57㎏)이 나란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96년 애틀랜타에서는 심권호(그레코로만형 48㎏)가 금메달 전통을 이었다. 이번 시드니올림픽에서 한국 레슬링은 `금메달 3'이라는 올림픽 사상 역대 최고성적을 노린다.

그러나 부상 등으로 인해 차질이 생기는 `만일의 사태'를 우려, 한국선수단에는 목표를 금메달 2개로 낮춰 보고했다.

그레코로만형 방대두 감독은 "그레코로만형에서만 금메달 3개가 나올 수도 있다"며 "자유형에서는 아예 금메달이 나오지 않는 것으로 돼 있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목표를 넘을 수도 있음을 은근히 내비치고 있다.

한국선수중 금메달 0순위는 심권호(주택공사). 이미 애틀랜타올림픽 48㎏급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던 심권호는 이듬해부터 국제 레슬링연맹(FILA)이 체급을 상향조정하면서 54㎏급으로 올렸다.

한때 체급조정에 따라 좌절을 맛보기도 했던 심권호는 아시아선수권,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에서 이미 `동급 최강'임을 입증, 올림픽 2연패가 기정사실화됐다.

심권호는 48㎏급 시절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올림픽, 세계선수권 등 4개메이저대회에서 우승,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는데 이번 올림픽에서 우승할 경우 2체급그랜드슬램을 이루게 된다.

그레코로만형 58㎏급의 김인섭(삼성생명)도 강력한 금메달후보다. 김인섭은 98년 이후 3년동안 단 1패도 당하지 않으며 41연승을 달리고 있는 `무적'으로 역시 아시안게임, 아시아선수권, 세계선수권을 모두 휩쓸어 이번에 올림픽을 우승하면 이 체급 그랜드슬래머가 된다.

95년부터 97년까지 세계선수권대회를 3연패했던 멜니첸코(카자흐스탄)가 김인섭에게 강력하게 도전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레코로만형 69㎏의 손상필(주택공사)도 세계선수권대회(97, 99년)와 아시아선수권대회(96, 99년)서 2번씩 챔프에 올랐고 방콕아시안게임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강호로 금메달후보 0순위로 손색이 없다.

러시아, 벨로루시 등 전통강호 출신 선수들과 혈전을 벌일 전망이다. 그레코로만형과 대조적으로 자유형은 예상 금메달이 없다.

그러나 이는 외부로 드러낸 `겸손한' 목표일 뿐 김태우 감독의 머리에는 금메달을 따기 위한 시나리오가 준비돼 있다.

특히 98년에 아시안게임 우승, 세계선수권 2위를 일궜던 문의제(76㎏급)와 96년애틀랜타올림픽 은메달리스트 양현모(85㎏)가 상위에 입상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서울=연합뉴스) 박성제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