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나와라, 런던 … 태환아 부탁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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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밝았다. 한국 수영의 대들보 박태환(23)은 7월 시작되는 런던 올림픽에서도 베이징 올림픽 자유형 400m 우승 때처럼 포효(사진 위)하는 꿈을 꾸고 있다. 런던 올림픽의 주경기장(아래)은 현재 90%의 공정을 마쳤다. [런던(영국) 로이터·신화=뉴시스]

2012 임진년(壬辰年)의 첫 동이 채 트기 한참 전인 1일 오전 6시. 대한민국 스포츠의 요람인 태릉선수촌이 깨어나는 시간이다. 새벽 훈련을 위해 태릉선수촌 운동장에 모인 태극전사들은 올 7월 27일 시작되는 런던 올림픽에서의 선전을 다짐하는 힘찬 함성으로 영하의 강추위를 뚫었다. 이들이 흘리는 굵은 땀방울은 올림픽 메달 자양분이 되고 온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기폭제가 된다.

 ◆금메달 남매의 올림픽 2연패 꿈=국내 체육인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는 선수는 여자 역도의 장미란(29·고양시청)과 남자 수영의 박태환(24·단국대)이다. 둘은 지난 베이징 올림픽에서 여자역도 최중량급(75㎏이상)과 남자 자유형 400m에서 각각 금메달을 땄다. 이들은 첫 올림픽 메달의 기쁨을 런던 올림픽 2연패의 환희로 잇겠다는 각오다.

 장미란과 박태환에게 런던 올림픽은 권토중래의 무대라는 점이 닮았다. 장미란은 2009년 세계선수권 우승 이후 2011년까지 교통사고 후유증과 잔부상에 시달리며 하향세를 겪었다. 하지만 10월 8일 열린 전국체전에서 3관왕에 오르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박태환 역시 2009년 로마세계선수권대회 전 종목 예선 탈락의 수모를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3관왕에 이어 2011년 상하이세계선수권 자유형 400m 금메달로 털어냈다.

 강력한 경쟁자들을 넘어야 하는 상황도 똑같다. 용상 세계기록(187㎏)을 보유한 장미란은 인상 세계기록(148㎏) 보유자 타티아나 카시리나(20·러시아)와 합계 세계기록(328㎏) 보유자 주룰루(23·중국) 등 신예들의 추격을 뿌리쳐야 한다. 박태환도 남자 자유형 400m에서는 쑨양(21·중국)과, 자유형 200m에서는 마이클 펠프스(27)·라이언 록티(28·이상 미국)·파울 비더만(26·독일) 등과 메달 경쟁을 해야 한다. 두 선수의 올림픽 2연패를 향한 무기는 선택과 집중이다. 장미란은 2011년 세계선수권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런던 올림픽에만 집중하기 위한 승부수다. 박태환은 경쟁자를 의식하지 않고 세계신기록을 목표 삼아 자신을 넘어서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자신을 이기는 것이 곧 금메달이란 믿음에서다.

 ◆효자종목 명성을 잇는 신구 조화=남녀 양궁은 확실한 금메달 후보다. 김우진(20)·임동현(26)·오진혁(31)·기보배(24)·정다소미(22) 한경희(20) 등 남녀대표팀은 금빛 과녁을 정조준하고 있다. 배드민턴 남자복식의 이용대(24)-정재성(30), 남자 체조의 양학선(20), 남자사격의 이대명(24), 남자 레슬링 정지현(29), 태권도의 이대훈(20)·차동민(26)·안새봄(22) 등도 런던 올림픽을 빛낼 후보들이다.

 한국의 런던 올림픽 금메달 목표는 10~13개이나 내심 베이징 올림픽(금메달 13개·종합 7위) 이상을 바라고 있다. 대한체육회(KOC)는 이를 위해 역대 최초로 런던 현지에 훈련캠프를 마련한다. 영국 브루넬대학과 임대계약을 맺어 태릉선수촌과 똑같은 환경에서 올림픽을 치를 수 있도록 선수들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종길(65) 태릉선수촌장은 “태권도와 양궁에서 최소 다섯 개의 금메달을, 유도와 사격에서 2개씩, 배드민턴·펜싱·수영·체조 등에서 1개씩을 기대하고 있다. 레슬링에서도 1~2개의 금메달을 예상한다”고 말했다. 박용성(72) KOC 회장도 “양궁과 태권도는 전통적으로 강했다. 유도는 종주국 일본의 전력이 약화돼 희망적이다. 펜싱과 레슬링 등 투기종목에서도 메달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허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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