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순환로 ‘교통지옥’ 탈출 비밀은 신호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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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IC 진입로에서 차량들이 빨간 신호를 받고 정지해 있다. [김성룡 기자]

13일 오전 10시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중동 IC 진입로 주변. 판교 방향으로 가기 위해 차량 100여 대가 몰렸다. 가다 서다를 반복하며 2차로의 진입로에 들어섰다. 그런데 차들이 고속도로 본선에 바로 진입하지 않고 정지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진입로 앞에 3색 신호등이 눈에 띄었다. 빨간불에 차들이 멈춘 것이다. 다른 고속도로에선 없는 장면이다. 파란불로 바뀌자 차들이 서서히 본선에 합류하기 시작했다.

 바로 ‘램프미터링(ramp metering)’이다. 상습 정체구간에서 신호등을 통해 진입 차량 수를 조절해 본선의 흐름을 빠르게 하는 선진 교통시스템이다. 국내에선 외곽순환도로 5개 IC에서만 운영된다. 송내·장수IC 양방향과 일산 방향의 장수IC로, 차가 막히기로 악명 높은 구간들이다.

 이달 말이면 램프미터링을 도입한 지 꼭 1년이 된다. 6개월간의 시험운영을 거쳐 올해 1월부터 본격 가동했다.

  효과는 상당했다. 평일 본선의 통행속도가 시속 8㎞가량 빨라졌다. 차량이 몰리는 출퇴근시간대에는 시속 11㎞가 증가했다. 특히 시흥IC~장수IC(일산 방향) 구간은 출퇴근시간대 본선 속도가 시속 20㎞에서 39㎞로 배 가까이 좋아졌다.

 한국도로공사 정영윤 교통처 팀장은 “시험운영을 통해 소통을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신호주기를 찾아냈다”며 “녹색신호를 10~22초 내에서 조절하는 등 30초 이내에 녹색과 적색 신호를 탄력적으로 운영한다”고 설명했다.

 시행 초기에는 어려움도 적지 않았다. 낯선 시스템인 탓에 운전자들이 신호를 지키지 않았다. 그래서 경찰과 도로공사 직원들이 직접 차를 세우기도 했다. 현재는 신호 준수율이 95%를 넘는다. 중동IC 부근에서 만난 회사원 김준영(34)씨는 “처음엔 신호등이 귀찮게 여겨졌는데, 덕분에 차량 흐름이 좋아져 지금은 만족한다”고 말했다.

 차량 흐름을 개선하기 위한 노력은 더 있다. 출퇴근시간대나 주말에 고속도로 갓길을 차로로 운영하는 ‘갓길 차로제’다. 19개 구간에서 시행 중이다. 장근선 교통처 차장은 “고속도로 정체로 인한 혼잡비용이 매년 거의 3조원에 육박한다”며 “다양한 기법을 동원해 교통 정체를 최대한 해소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글=강갑생 기자
사진=김성룡 기자

◆램프미터링(ramp metering)=상습 정체 현상이 나타나는 고속도로 진입로에 신호등을 설치, 진입차량 수를 조절하는 교통시스템. 국내엔 외곽순환도로 5개 IC에 설치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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