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트랙 황제 안현수 러시아로 귀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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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선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쇼트트랙 황제’ 안현수(26·사진) 선수가 러시아 사람이 됐다. 이름도 ‘빅토르 안’으로 바꿨다.

 러시아 빙상연맹은 29일(한국시간)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한국 출신 쇼트트랙 선수 안현수에게 러시아 국적을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서명했다”고 발표했다. 안 선수는 앞으로 러시아 대표 선수로 국제대회에 참가할 수 있고, 러시아 국내 대회에서는 모스크바를 대표해서 뛰게 된다.

 안 선수는 러시아 이름을 ‘빅토르 안’으로 정했다. 승리를 뜻하는 ‘Victory’와 비슷하고 러시아에서 인기가 높았던 고려인 가수 ‘빅토르 최’처럼 러시아에서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다는 뜻이라고 한다. 그는 러시아 빙상연맹 홈페이지에 “공식적으로 러시아 국민이 된 것이 기쁘다. 이 순간을 아주 오래 기다려왔으며 이제 형식적인 문제를 고민하지 않고 운동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고 소감을 전했다.

 안 선수는 2006년 토리노 겨울올림픽 때 쇼트트랙 3관왕에 올랐다. 또 2003년부터 2007년까지 쇼트트랙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남자 선수로는 최초로 5년 연속 우승을 차지하며 ‘쇼트트랙 황제’라는 별명을 얻었다. 그러나 2008년 이후 심한 무릎 부상에 시달렸고 2010년 밴쿠버 겨울올림픽에도 출전하지 못했다.

 안 선수가 한국 선수들과 처음으로 맞대결할 대회는 내년 2월 3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쇼트트랙 월드컵 5차 대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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