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 상금 7억 1위, 역시 ‘센돌’ 이세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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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2면

바둑대상을 받고 한자리에 모인 수상자들. 왼쪽부터 박지은 9단(여자기사상), 원성진 9단(감투상), 이세돌 9단(MVP), 박정환 9단(연승상), 강동윤 9단(승률상), 조한승 9단(다승상·승률상), 루이나이웨이 9단(시니어기사상). 이세돌은 65%, 원성진은 95%의 압도적 지지를 받았다.
이세돌 9단이 딸 혜림(5)양을 안고 활짝 웃고 있다.

“부족한 성적이 아닌가 싶었는데 내년에는 더 잘하라는 채찍으로 알아듣겠다.”

 이세돌 9단의 MVP 수상 소감이다. 바둑판 형세 판단에서 ‘비관파’로 손꼽히는 이 9단은 자신의 MVP 탈락 가능성을 꽤 높게 봤던 것 같다. 그는 올해 상반기엔 BC카드배와 춘란배 등 2개 세계대회에서 우승하며 쾌조의 모습을 보였으나 후반엔 약간 부진했다. 그러나 기자 등으로 구성된 40명의 선정위원단은 65%, 인터넷 바둑 사이트의 네티즌은 47.7%의 표로 이세돌 9단을 2011년 최우수기사로 선정했다. 프로는 상금으로 말하는 것. 이세돌은 올해 7억원을 상회하는 상금으로 상금 1위 자리를 지켜냈고 랭킹에서도 22개월 연속 1위를 고수했는데 기자들에겐 그 점이 크게 어필했다. 네티즌은 후지쓰배에서 생애 첫 우승을 따낸 18세 천재기사 박정환 9단(26.3%)과 군 제대 후 국수 쟁취 등 최고의 활약을 보인 조한승 9단(26%) 쪽으로 지지가 분산됐다.

 28일 서울 역삼동 GS타워 1층 아모리스홀에서 열린 2011 바둑대상엔 허동수 한국기원 이사장(GS칼텍스 회장), 이미경 민주통합당 의원, 이종구 한나라당 의원, 김인 한국기원 이사, 바둑 홍보대사 이영애씨 등 프로기사와 관계자 200여 명이 참석했다. 7명의 후보가 선을 보인 감투상은 삼성화재배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리며 MVP급 활약을 보인 원성진 9단이 차지했다. 선정위원단은 원성진에게 무려 95%라는 절대적 지지를 몰아줬다. 신예기사상은 삼성화재배에서 중국의 쿵제 9단을 꺾고 4강에 올랐던 16세 나현 초단에게 돌아갔다. 나현도 75%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기록 부문에선 조한승 9단이 최다승(57승19패)을 거둬 다승상을 받았다. 조한승은 승률 부문에서도 강동윤 9단(54승18패)과 공동 1위(75%)에 올라 2관왕이 됐다. 박정환 9단은 17연승을 거둬 연승상을 차지했다. 랭킹 2위 박정환은 4억원이 넘는 상금을 벌어 상금 순위에서도 2위에 올랐다.

 여자기사상은 세계대회인 궁륭산병성배에서 중국의 탕이를 꺾고 우승한 박지은 9단이 차지했다. 박 9단은 62.5%를 얻어 지지옥션배에서 시니어 기사들에게 8연승을 거둔 최정 초단(27.5%)을 크게 앞섰다. 시니어기사상은 한국에 온 지 12년 만에 중국으로 돌아가는 루이나이웨이 9단이 받았다. 루이 9단은 1990년 중국을 떠나 긴 유랑 끝에 99년 한국에 정착했고 이후 한국 여자바둑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아마추어기사상은 아마랭킹 1위 이호승 7단이 차지했다. 올해 한국 바둑은 절대 강자가 없는 가운데 세계무대에서 이세돌 9단이 2번 우승, 박정환·원성진이 생애 첫 우승을 차지했고 이창호 9단은 끝내 무관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무서운 10대인 나현(16), 최정(15)과 함께 입단 5개월 만에 신인왕전 결승에 오른 이동훈(13)이 화제를 모았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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