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용 〈힙합〉

중앙일보

입력

작년쯤 책 대여점에서는 남자 청소년들이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다.
"누나(대여점 아르바이트 누나), 힙합 또 나갔어요? 언제 들어와요?"

힙합이란 장르가 누구에게나 쉽게 와 닿는 것은 아니다. 필자 역시 힙합이란 장르를 그다지 가까이 하지 않았고(힙합이 날 거부한다. ^^;) 아이큐 점프란 만화(지금 여기서 연재중)란 잡지 자체가 워낙 청소년들, 그것도 남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잡지였기 때문에 아주 멀찍이 밀쳐 놓았지만 이제는 한번쯤 권하고 싶은 책이 되었다.

'힙합'이란 만화를 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다고 해도 아마 제목 정도는 들어봤을 것이다.

스토리는 비교적 단순하다.

쌈 잘하고 성격 단순한 태하. 거친 성격 때문에 1년을 꿇었고(유급을 뜻함) 학교에 다시 나왔을 때 복도에서 춤을 추는 바비를 보게 된다.

너무나 멋진 모습에 한눈에 반한 태하는 바비에게 춤을 가르쳐 달라고 하지만 거절당한다. 하지만 성격이 단순하기 때문에 무모하기도한 태하는 바비를 미행해 결국 바비가 춤을 연습하는 곳을 알아낸다. 그곳은 유명한 백댄서팀 b-boy 의 연습실.

어쩐 일인지 태하는 그곳 단장의 마음에 들어 춤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춤에 관한한 천재는 아닌지 열심히는 하지만, 그렇게 눈에 띄는 발전이 없다.

여기에 무슨 과거를 가지고 있는지 혼자 괴로워하며 미국과 한국을 오가는 바비의 이야기. 가수와 백댄서들의 갈등. 쇼다운(춤으로 서로 겨루는 일. 팀을 이루어 서로 번갈아 자기의 장기를 보여주어서 더 잘 추는 쪽이 이긴다. 결론이 나지 않으면 대장 대결을 하기도 하고, 팀 대결을 하기도 한다.) 등의 볼거리도 중간중간 재미를 더해준다.

실제 백댄서 출신이라는 작가의 리얼리티 넘치는 춤 이론과, 동작도 볼만하다.

하지만 이 만화의 백미는 사실상 줄거리와는 상관없다. 주인공이 워낙 단순해서 그 주위의 인물들도 단순하다. 춤출 때 말고는 심각이란 단어를 잊어버리는 이 캐릭터들은 도저히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게 해준다.

말 그대로 유치하게(?) 웃기는 만화, 그러나 유치함이 너무 사랑스럽다. 또한 중간쯤에 합류한 부산사나이 해일의 사투리는 이 만화가 어디까지 웃겨줄 수 있는지를 과감히 보여준다.

거기다 책 끝에 나오는 자투리 만화는 패러디의 극치를 보여준다.(힙합 자체를 패러디하기도 하고 HOT의 뮤직비디오 같은 것을 망가뜨리기도 한다.)

한 예로 힙합 본문에 보면 부산 사나이 해일이 자기를 소개하면서 '은독수리'라고 이야기 하는 장면이 나온다. 이것이 뒤의 자투리 만화로 가면 이렇게 변한다.

-정의의 은독수리맨-

은독수리맨: (바람을 가르며 날라 온다. 음향효과 '쿠아아아')
여자: 왜들 이러시는 거예요?!
깡패1:왜 그래? 같이 놀자는데?
여자: 가까이 오면 소리지를 거예요!!
깡패2:낄낄!지금 튕기는 겨?
은독수리맨: (무릎 톡톡 털고 영웅포즈취하며) 바라바라! 임마들아, 휜헌 대낮에 비싼 밥 쳐묵고 문짓거리들이가? 콱 세리고마! 다리 몽디 뽀사지기 전에 퍼뜩 집에 안 드가나, 문디 자슥덜아, 으이?
깡패1: 뭐...뭐야? 저건? 변...변태 아냐?
깡패2:자...잠깐 형님, 저 녀석은...은..은독수리맨!
깡패1: 뭣이? 지구의 영웅 은독수리먄?
깡패2: 이...이거 몰라 봬서 죄송합니다...
깡패1: 잘못했어요...
은독수리맨: ('훗'하고 웃으며)짜슥들 밸끼아인 것들이...참말로...(구해준 아가씨 쳐다보며) 보소! 아가씨요!억수로 험한 세상 단디보고 다이소! 으이?
여자:(울면서) 예? 그게 무슨 말이죠? 못 알아듣겠어요...
은독수리맨:('탁' 필름 끊기며 여자의 얼굴을 무릎으로 치며)고마 팍! 가스나야, 단디 모르나, 단디! 으이?
자막: 은독수리맨은 본인 사투리에 콤플렉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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