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노풍의 추억’… 제주서 경선 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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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민주통합당은 28일 새 대표 선출을 위한 첫 합동연설회를 제주에서 시작했다. ‘노풍(盧風·노무현 바람)’이 일어났던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 후보 경선의 ‘추억’ 때문이다. 당시 전국을 순회하며 치렀던 국민경선의 출발지는 제주였다.

 당원과 시민 800여 명이 모인 제주시민회관 합동연설회에선 한명숙 후보가 집중 견제를 받았다. 한 후보는 9명의 당권주자 캠프가 공통적으로 선두주자로 꼽고 있다.

 첫 연설자로 나선 486세대 이인영 후보는 “세상의 모든 거짓된 대세론은 새로운 인물에 의해 무너져 내렸다”며 “젊은 대표가 선봉에 선다면 ‘박근혜 대세론’도 쪼개져 나갈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대세론’을 거론하곤 있지만 당 안팎에선 한 후보를 에둘러 겨냥한 발언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지원 후보는 “지금 김대중계가 어디 있고 친노(親盧)가 어디 있느냐”며 “지도부를 한 세력이 독점하면 균형이 깨지고 총선도 패한다. 준비된 당 대표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 후보의 지지 기반이 노무현계임을 지적한 발언이다.

 박영선 후보와 이강래 후보도 각각 “이젠 새로운 리더십이 나와야 할 때” “지도부는 계파를 초월해야 한다”고 거들었다.

 한 후보는 경쟁자들의 견제에는 답하지 않고 박근혜 비대위원장을 맹비난했다. 그는 “박근혜에 맞설 사람은 한명숙뿐”이라며 “이명박에서 박근혜로 이어지는 정권 연장을 끊어 내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연설 도중 박 위원장을 향해 “독재자의 딸”이란 표현도 했다.

 같은 노무현계인 문성근 후보는 이명박 대통령을 직격했다. 그는 “김대중 전 대통령이 아들처럼 여기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동생처럼 아꼈던 사람”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내년 총선에서 다수당을 이뤄 이명박 정권이 저지른 온갖 작태를 뒤집어 놓고 싶다”고 했다.

 후보들은 ‘박근혜 비대위’에 대한 경계심도 드러냈다. 김부겸 후보는 “박근혜 비대위는 그저 화장을 고친 것일 뿐”이라며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모든 특권과 엄청난 재산을 내려놓으라”고 주장했다. 박용진 후보는 “국민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에 선출된) 26세의 이준석이란 젊은이에게 주목하면서 선관위 디도스 테러를 누가 저질렀는지도 잊고 있다”고 우려했다.

 민주통합당은 이날 내년 총선에서 ‘청년 비례대표’로 나설 후보 공모를 시작하며 한나라당의 ‘이준석 효과’에 맞불을 놓았다. 민주당은 만 25세부터 만 35세까지 청년 비례대표 신청을 받아 시민들의 인터넷 투표를 통해 총 4명을 비례대표 후보로 뽑기로 했다. 이른바 ‘슈퍼스타 K’ 방식으로 비례대표를 선출해 젊은 층에 바람을 일으키겠다는 것이다.

 4명 중 1등은 지명직 최고위원으로 당 지도부에도 입성한다. 또 4명 모두 내년 총선 때 당선 안정권의 비례대표 순번을 배정하겠다는 방침이다.

제주=양원보 기자

당권주자 9명 첫 합동연설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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