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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딜 둘러봐도 기댈 곳 없는 연말, 다시 신(神)을 찾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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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거칠게 말해 사람들은 구실이 필요할 때 신(神)을 찾는다. 절망과 고통이 깊을수록 신을 향한 목소리는 더 깊고 간절해진다. 팍팍한 시절, 연말 자신을 돌아보며 보다 깊은 영성(靈性)에 기대고 싶은 이들의 눈길을 끄는 책 두 권이 독자들 앞에 섰다.

 『무지개 원리』의 저자로 유명한 차동엽(53) 신부는 다소 묵직한 주제를 끄집어냈다. 고(故) 이병철(1910~87) 삼성그룹 회장이 타계하기 전 남긴 인생과 종교에 대한 24가지 질문에 답한 책『잊혀진 질문』(명진출판)을 펴냈다. 이 회장은 1987년 세상을 떠나기 한 달 전 A4용지 다섯 장 분량의 질문지를 절두산성당의 고(故) 박희봉(1924~88) 신부에게 전했고 이 질문지는 정의채(86) 몬시뇰을 거쳐 차 신부의 손까지 건너왔다.

 차 신부는 “사제에게는 목마른 영혼을 차별 없이 돌봐야 하는 의무가 있다”며 24년간 묻혀 있던 질문을 세상 밖으로 끌어낸 이유를 밝혔다. 책은 “인생이 왜 이렇게 아프고 고통스러운가” “신이 있다면 대체 어디에 숨어있느냐” “신의 존재를 증명할 수 있나” 등 이 회장이 던진 인간과 신, 종교에 관한 근본적인 물음에 답하며 삶의 의미를 일깨운다.

 이어령(77) 전 문화부장관(중앙일보 고문)은 신학과 교리로 무장한 갑옷을 벗겨내고 문학작품으로 성경을 재발견한 책 『빵만으로는 살 수 없다』(열림원)를 냈다. 성경에 등장하는 상징적인 아이콘을 키워드 삼아 문화사적 맥락을 더듬어가면서 문학작품으로 성경 읽기의 안내자를 자처한 것이다.

 이 전 장관은 “성경은 종교 이전에 이 세상 모든 사람의 시요, 소설이요, 드라마로 존재해왔다”며 “신학과 교리를 잘 몰라도 언어와 문화의 장벽을 넘고 역사의 골짜기를 넘어 모든 이의 손과 가슴에 가 닿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문학적 비유와 상상력, 문화적 접근을 통해 성경을 해석한 까닭에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성경을 읽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전 장관은 2007년 기독교에 귀의한 뒤 지난해 3월 신앙고백서인 『지성에서 영성으로』을 펴냈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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