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9회 ACA 관람기] 행사 스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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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 스케치

한국 아마추어 만화인들의 최대 행사인 ACA 만화축제 - 그 열 아홉번째 행사가 8월 12일부터 15일까지 4일동안 올림픽공원 펜싱경기장에서 열렸다. 이번 행사는 문화관광부가 주최하는 [Youth Festival]과 함께 진행되어 관람비용 일체가 무료였다.

행사가 진행된 펜싱경기장은 그 동안 많이 성장한 ACA의 규모에 비해 다소 좁은 느낌을 준 것이 사실. 상당히 많은 인파가 몰렸으나 장소가 인원을 넉넉히 수용하질 못했다. 설상가상으로 8월의 햇빛이 내리쬐는 뜨거운 여름임에도 실내 온도를 내려줘야 할 냉방시설이 만족스레 작동되질 않아 장내의 인원들이 내내 더위에 지쳐있는 표정.

이번 행사가 참가비와 관람비를 무료로 하면서 내걸은 조건은 '회지가 꼭 있어야 하며 정 없을 땐 소식지라도 있어야 함'. 이 덕에 팬시 온리가 난무했던 지난 코믹월드 등에 비해 상당히 많은 회지가 선보여졌다. 특히 패러디보다 오리지널 창작물들이 눈에 많이 띄는 것은 동인행사의 제맛을 느끼게 해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었다.

다수의 동인들이 상당한 실력으로 무장한 창작물을 들고 판매에 임하고 있어 회지를 구입하는 즐거움을 배가시켜주었고, ACA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긴 준비기간을 거친 몇몇 창작 중심 동인들의 출사표 또한 반가웠던 일. 한편 고야성, 심혜진 등 프로로 활동하고 있는 인물들도 참가, 많은 이들의 발길을 끌었다.

창작 회지가 많은 탓에 오히려 빛이 바랜 느낌마저 들 정도였으나, 패러디 또한 여전히 강세를 보였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단순 야오이 개그에서 벗어나 작품 자체에 대한 고찰이 돋보이는 회지가 많이 눈에 띄었다는 점이다. 몇몇 유명동인들의 강세는 여전해 인기 값을 톡톡히 치르는 모습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봉신연의〉〈원피스〉 등 점프계열 유명작들을 중심으로 형성되던 패러디물결이 진정되면서 다소 마이너한 성향의 작품 패러디는 물론 게임을 넘어 영화쪽의 패러디에까지 영역이 넓어져가고 있는 모습이 눈에 띄더라는 것이다. 동인들 사이에서 '붐'이라고까지 일컬어지던 편중성이 점차 사라지는 것은 참으로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한편 〈천국의 신화〉의 음란물판결에 항의하는 서명운동이 전개되기도 했으며, 이벤트 카탈로그의 후면을 통해 공식 성명서 등을 기재하고 있었다. 지난 만화가협회 주체의 침묵시위에서 유재황씨가 낭독한 ACA의 공식 성명서와 같은 것으로 아마추어 만화인들을 대표한 항의의 표시.

넘쳐나는 인파와 찌는 더위 속에서 분투에 가까운 활약을 보인 것은 동인들뿐만이 아니었다. 이 더위 속에서 긴 옷의 캐릭터로 분장한 코스튬 플레이어들을 보고 있노라면 실로 대단한 근성이 아니라 할 수 없었던 상황. 행사가 거듭되면서 안정되어가는 것이었는지,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분장들이 늘어나 보는 이를 즐겁게 했다. 엽기의 끝을 보여주었던 마사루를 비롯, 밧슈(트라이건)
, 베르사이유의 장미 등 대단한 퀄리티의 코스튬이 선보여졌으며, 메이 등의 최근작 코스튬도 선보여져 동인지와 마찬가지로 서서히 몇몇 유명작에 편중되어있던 이전보다 많이 다양해져가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단지 왜 그리도 여장남자가 많았는지는 설명불가능의 영역이었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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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오후 6시를 넘겨 진행되었던 코스프레쇼의 예선과 마지막날의 본선은 넘쳐나는 끼를 멋지게 발산해낸 코스튬 플레이어들의 무대. 3일의 예선을 통과한 팀들의 멋진 쇼는 상당한 볼거리였다. 특히 쇼적인 측면을 강조하기라도 하듯 음악과 목소리 더빙까지 곁들인 연출이 전에없이 늘어나 다양한 볼거리를 선사했다. 온갖 마이너적인 패러디코드를 온몸을 던져 열연한 초코동의 건담맨팀을 비롯 코스계의 유명인사 애교천사팀 등 다양한 팀이 등장해 시종일관 무대를 휘저었다. 수상팀은 다음과 같다 - Captain Virus(의상상)
, 애교천사(연 출상)
, 나코동 X팀(대상)
. 하지만 협찬때문이었는지, 쇼 도중 모 업체의 현수막을 펼치는 등 흐름을 끊어놓는 광고성 쇼가 진행되는 보기 좋지않은 상황도 벌어지기도 했다.

서찬휘 객원기자<seochnh@manhwa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