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어권 인터넷 아직은 대만이 앞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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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 가운데 중국어로 된 웹페이지를 운영하는 인터넷 업체중 경쟁력이 가장 높은 나라는 어디일까. 얼핏 생각하기에 10억이 넘는 중국어 사용 인구를 보유한 중국일 것 같지만 답은 예상 밖으로 대만이다.

중국은 대만에 비해 4배가 많은 1천7백만명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 3년 뒤에는 이용자가 6천만명을 넘을 전망이다. 또 이미 여러 회사가 미국의 나스닥 시장에 등록, 수천만 달러의 자본금을 유치하기도 했다. 규모면에서는 대만은 상대가 되지 않는다.

그러나 최근의 한 조사는 덩치가 크다고 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여지없이 보여 줬다. 대만의 인터넷 전문 월간지 비즈니스 넥스트는 1백대 중국어 이용 인터넷 업체를 선정, 7월호에 실었다. 중국·대만·홍콩·싱가포르의 인터넷 사업자와 학계 전문가 11명이 심사를 한 이 조사 결과 대만 업체가 절반을 약간 웃도는 수를 차지했다. 중국 업체는 33개가 그 안에 들었고, 홍콩과 싱가포르 업체 10여개가 나머지 자리에 포함됐다.

조사는 방문자 수·수익성·시장 점유율·사업 모델의 전망·운영의 안정성·참신성 등 다양한 측면을 모두 고려했다.

대만 업체들은 특히 다양한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으며 광고와 전자상거래 등 여러 수입원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에 비해 중국 업체들은 포털 사이트 운영이나 인터넷 서비스 제공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고 수입은 전적으로 광고에만 의지해 수익성 면에서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의 주요 업체들은 대부분 뉴스에 치중, 경제·생활 정보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대만·홍콩 업체보다 단조롭게 웹사이트를 꾸미고 있었으며 공연 예약 등의 부가적인 서비스 기능도 크게 부족한 상태였다.

하지만 최상위 1, 2, 4위는 중국 업체가 휩쓸었다. 나스닥에 등록한 지나닷컴·넷이즈닷컴·소후닷컴 등 3개 업체가 방문자수와 시장 점유율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아 차례로 5위권에 든 것이었다. 대만은 토털 사이트인 피씨홈이 3위에 올라 간신히 체면을 유지했고 홍콩의 차이나닷컴과 대만의 키모닷컴이 공동 5위를 차지했다.

키모닷컴은 지난해 대만의 한 시장조사에서 국내 1위로 선정됐던 업체지만 중국 업체들에 순위에서 크게 밀렸고 피씨홈이 아직 나스닥에 등록조차 못하고 있다는 점은 대만 업체들의 경쟁력 우위가 결코 확고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번 조사를 주관한 비즈니스 넥스트의 찬 웨이슝 편집장은 “중국의 잠재적 시장 규모 때문에 엇비슷한 내용의 웹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더라도 대만 업체는 중국 업체에 비해 4분의 1 정도의 가치로밖에는 평가받지 못한다”며 대만 업체들이 적극적으로 중국으로 진출할 것을 제안한다.

하지만 대만 업체의 중국 진출 성공이 쉽지만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솔로몬 스미스 바니 싱가포르 지사의 아시아 인테넷 사업 조사 담당 프라틱 굽타는 “중국에서 현지 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고 말한다. 그는 인터넷 업체의 수입원이 웹 광고로 거의 국한된 중국에서 현지 업체들이 대만의 업체에 광고를 싣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또 대만 업체들의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 않다는 것도 중국 진출의 장애로 작용한다.

키모닷컴의 경우 올 2분기에 지난해 전체 분에 맞먹는 2백만 달러의 매출을 올렸지만 올해도 흑자를 기록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리서치 회사인 인터내셔널 데이터 코오퍼레이션은 전체 대만 인터넷 업체의 올해 전자상거래 규모는 6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 대만 업체들이 여전히 수익을 얻기는 힘들 것으로 분석했다. 일개 업체에 불과한 미국의 아메리카 온라인과 야후가 1분기에만 각각 19억 달러, 2억7천만 달러의 매출을 올린 것과 비교하면 대만의 인터넷 사업이 규모 면에서도 아직 안정적인 상태가 아님을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전문가들은 대만 업체가 중국 등 다른 중국어 사용 지역에 진출하기보다는 국내 시장에 치중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기도 하다. 아직은 미지의 시장에 발을 딛기보다는 구석구석까지 잘 갖춰진 국내의 정보화 시스템을 충분히 활용해 차분히 사업 폭을 넓혀 가야 하는 단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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