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분양 허용 리모델링에 숙제 많다

조인스랜드

입력

[박일한기자]

1987년 준공한 서울시 양천구 목동신시가지 9단지는 지은 지 15년이 지났으므로 입주민들이 원한다면 리모델링이 가능하다. 그런데 이 아파트를 리모델링 하면 형평성 논란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

이 아파트엔 전용면적 84.99㎡형과 90.6㎡형 아파트가 수백가구씩 있다. 이번에 국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한 리모델링 관련법에 따라 크기를 확장할 경우 84.99㎡형은 40%(33.996㎡) 확장할 수 있어 119.99㎡로 커진다. 그런데 기존 90.6㎡형은 30%(27.18㎡)만 확장이 가능하므로 117.78㎡이 된다.

리모델링을 하면 기존 84.99㎡형이 그보다 큰 90.6㎡형 보다 오히려 더 커지는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는 전용면적 85㎡ 미만인 중소형은 40%까지, 85㎡ 이상인 아파트는 30%까지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한 데 따른 것이다.

국회에서 전체회의 통과를 앞둔 리모델링 관련법에 아직 허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용면적 85㎡미만인 중소형 아파트를 40%까지 면적을 넓혀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한데 따른 규정이 대표적이다.    

정부는 85㎡미만 아파트는 큰 아파트처럼 30%만 넓힐 수 있도록 하면 확장의 효과가 적기 때문에 조금 더 넓힐 수 있도록 허용해 40%까지 더 확장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84~85㎡ 크기 아파트가 많은 상황에서 40% 확장을 허용하면 그보다 조금 더 크지만 30% 확장만 가능한 85~95㎡ 아파트 거주민은 불만을 가질 가능성이 커진다.


무한건축 이동훈 소장은 “리모델링 후 40% 커진 아파트가 30%만 확장한 아파트보다 더 커지는 역전현상이 나타날 경우 형평성 논란이 생길 것”이라며 “정부에서 시행령을 만들면서 세부적인 규정을 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땅 모양, 단지 형태 등에 따라 일반분양 차이

이번 관련법 개정안에서 정부와 국회는 수직증축은 허용하지 않았다. 따라서 수평 증축이나 별동 증축을 통해 일반분양 물량을 허용 한도인 전체가구의 10%까지 만들 수 있는 단지와 그렇지 않은 단지 간 형평성 논란이 일고 있는 게 사실이다.

실제로 용적률이 높은 아파트가 많은 산본 같은 지역은 추가로 공간을 지을 아파트 좌우측 공간이나 유휴 공간이 적어 일반분양을 제대로 만들기 어렵다는 게 건설업계의 판단이다.

이동훈 소장은 “아파트 단지가 들어선 토지의 모양, 단지의 형태 등에 리모델링을 통해 일반분양을 충분히 만들 수 있는 곳과 그렇지 못한 곳이 달라질 것”이라며 “각각 단지별로 따져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원한다면 어떤 곳이건 일반분양을 만들 수도 있다는 게 건설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아파트와 아파트 사이에 다리모양의 건축물을 지어 일반분양분을 만들 수 있고, 박스형 건축물을 아파트 중간에 설치한 독특한 디자인의 아파트도 생각할 수 있지 않겠느냐”며 “다만 설계비가 비싸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경우 수평 증축이긴 하지만 `구조안전`을 문제 삼아 수직증축을 허용하지 않는 정부 기준으로 문제가 될 수 있다. 일반분양을 기존 건축물에 만들면 건물의 하중이 직접적으로 증가하는 차원에서 수직증축과 별로 차이가 없어서다.

"필로티에 일반분양 허용 필요"

필로티에 일반분양분을 만드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다. 이미 현행법으로 필로티를 만들 경우 수직으로 한 층을 높일 수 있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구조안전성이 문제되진 않는다.

그 1층 필로티를 비워두는 대신 일반분양을 만들도록 허용하면 아파트 단지의 공간이 충분한 지 여부에 따라 일반분양을 덜 만들거나 더 만들 수 있게 되는데 따른 형평성 논란이 해결된다.

현대산업개발 이근우 부장은 “1층 필로티에 일반분양 아파트를 지으면 전체 가구수의 6~7% 정도의 일반분양 물량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며 “구조안전성에도 문제가 없고 일반분양분도 만들 수 있으니 정부가 허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이런 내용을 담은 시행 세칙 마련을 서두를 필요가 있다는 것이 건설사들의 주장이다.

쌍용건설 리모델링사업부 양영규 부장은 “현재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단지를 대상으로 일반분양분을 만들기 위한 설계 변경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며 “다만 아직 정부가 시행세칙을 만들지 않아 아직 구체적인 방법을 찾진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