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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상민의 부자 탐구 <15> 부자들의 명품 소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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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면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부자는 어떻게 돈을 벌었고 또 어떻게 사는가”라고 물으면 대부분 사람이 ‘부동산’과 ‘명품’을 언급한다. 이런 대답에서 부동산이 부자가 되는 일반적 방법이라고 생각하는 심리가 드러난다. 그리고 ‘부자=명품’으로 여기는 사람들의 마음도 엿볼 수 있다. 명품 브랜드 제품들이 비싼 이유다. 모두 부자가 되려 하고, 부자처럼 보이고 싶어 하는 나라이기에 명품은 부자의 상징이 된다.

 역으로 명품소비의 심리를 보면, 부자가 되기를 원하는 심리는 ‘돈을 많이 가진 사람’보다 ‘남들에게 무시당하지 않고 웬만큼 산다는 것을 인정받고 싶은 심리’이다.

 명품 ‘열풍’이 일고 있는 한국에서 정말 부자들이 즐겨 구입하는 명품은 어떤 것들일까? 사실 명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다양하다. 원래 자신이 부자라고 생각하고 사는 사람들에게 명품 구입은 특별한 일이 아닌 일상이다. 생활의 일부이기에 그것 자체를 가지고 이야기하는 것조차 경박스럽다고 생각한다. 명품 브랜드를 알고 소비하는 것은 이들에게 최소한의 생활의 지식이다. ‘다 아는 것’을 말하면 우스운 일이다.

 최소한 명품에 대한 역사성이나 문화, 품격 등을 언급해야 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랜 역사의 장인 정신에 의해 한 땀 한 땀의 영혼이 스며 있는 제품’ 등의 표현이 나오게 된다.

 고가 명품 브랜드를 소비하는 사람의 심리를 잘 살펴보면, 특정한 유형의 부자의 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명품을 통한 부자의 심리탐색이다. 물론 부자라고 다 같은 명품 브랜드를 선호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특정 사람이 소비하는 명품 브랜드의 목록들을 잘 살펴보면, 그 사람이 어떤 부자인지를 알 수 있다. 다음의 목록 중에서 최소한 5개 이상 가진 사람이라면 그는 ‘컬렉터형 부자’다.

 ‘메르세데스-벤츠, 포르셰, 파텍 필립 시계, 에르메스 백, 로로피아나(캐시미어 브랜드), 페라리, BMW, 바쉐론 콘스탄틴 시계, 예거 르꿀뜨르 시계, 벤틀리….’

 컬렉터형의 명품 부자들은 한국에서 명품 소비를 즐기는 부자들이다. 명품에 대한 관심과 지식이 높다. 명품을 통해 자신의 사회적 지위를 확인하고 표현하고자 한다. 마치 컬렉트(수집)하듯 명품을 소비한다. ‘최고로 좋다’는 것이라면, 바로 가져야 할 이유가 된다.

 명품 소비를 통해 부자의 심리를 알려는 이유는 명품 브랜드들이 비교적 높은 소득을 가진 사람들의 주요 소비대상이 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명품 브랜드들이 마케팅을 할 때에도 단순히 소비자 개인의 취향이나 개성을 강조하기보다, 최고 수준의 명품을 가지는 것이 그 사람의 존재감을 높여준다는 점을 강조한다. 명품을 소비한다는 것이 분명 소비자 개인에게는 자기 만족을 위한 행위지만, 가지기만 하면 남들이 인정하는 사회적 지위나 부를 상징한다고 알리는 표현이기도 하다.

 명품은 한 사람의 부유함을 드러내지만 스스로는 개성이나 취향으로 포장한다. 마치 어린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의 성인 버전이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주인공 현빈이 보여주었던 재벌 2세나 3세 수준의 사람들이 대중들에게 내비치는 이미지다. 우리 사회에서 명품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자 하는 부자들의 모습이다. 대중들은 컬렉터형 부자가 등장하는 드라마를 통해 ‘명품=부자’라는 마음의 공식을 자연스럽게 만든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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