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KGC 수비대장, 양희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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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양희종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에서 뛰는 박지성(30)은 ‘수비형 측면 공격수’로 불린다. 공격수지만 수비에 좀 더 집중해 팀 전체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큰 기여를 한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어 팬과 언론의 주목은 자주 받지 못한다. 하지만 알렉스 퍼거슨 맨유 감독과 동료들은 박지성이 팀에 얼마나 큰 기여를 하는지 잘 안다.

 프로농구 안양 KGC의 양희종(27·1m94㎝)은 박지성과 비슷하다. 포워드지만 득점보다는 수비로 팀 승리에 공헌한다. 상대방의 주 득점원을 막는 게 양희종의 임무다. 문태종(전자랜드)·문태영(LG)·김민수(SK) 등 혼혈 선수는 물론 크리스 윌리엄스(오리온스)·디숀 심스(KCC) 등 외국인 선수까지 수비한다. 양희종은 키, 힘, 운동능력, 여기에 투지까지 갖춰 수비력만큼은 ‘외국인 선수급’으로 평가된다. KBL 최고의 슈터로 꼽히는 문태종은 “가장 까다로운 수비수는 양희종”이라고 한다. 양희종은 “공격을 잘하려면 타고난 감각이 필요하다. 하지만 수비는 재능보다는 연습과 집중력이 중요하다. 절대 지지 않겠다는 투지가 내 수비력의 비결”이라고 했다.

 KGC는 지난 10일 LG와의 원정 경기를 시작으로 25일 SK와의 홈 경기까지 8연승했다. 2005년 SBS를 인수한 뒤 팀 최다 연승이다. 선두 동부에 한 경기 반 차로 따라붙었다. 로드니 화이트가 허리 부상을 당해 알렌 위긴스로 바꾼 상황에서 나온 반전이다. 양희종의 힘이 컸다. 수비는 물론 공격에서도 힘을 냈다. 16일 오리온스와의 경기에서는 연장전에서만 8점을 넣어 98-94 승리를 이끌었다. 화이트 없이 치른 여섯 경기에서 양희종은 평균 8.8점, 6.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이전 기록(5.1점, 3.4리바운드)과 큰 차가 난다.

 양희종은 올 시즌 KGC가 23승을 올리는 동안 한 번도 기자회견장에 가지 못했다. 스포트라이트는 대형 신인 오세근(24·2m)과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김태술(27·1m80㎝)에게 쏠렸다. 하지만 회견장에 나타난 선수들은 “상대팀 주 득점원을 잘 막아준 양희종이 승리의 일등 공신”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상범 KGC 감독은 “기록으로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무한신뢰한다”고 했다.

 양희종은 “많은 관심을 받지 못해 때로는 아쉽지만 팀 성적이 좋아 괜찮다”고 했다. 이어 “시즌 개막전에는 6강 플레이오프 진출이 목표였다. 하지만 최근 팀 분위기를 보면 정규리그 우승도 가능할 것 같다”며 “일단 연승 기록을 최대한 이어가고 싶다. 개인 목표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마치는 것”이라고 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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