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필지에 두 가구 … ‘땅콩주택’ 인기몰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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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9면

‘귀한 전세’라는 문구가 붙은 중개업소 전세 물건 안내판.

‘바이플레이션’ ‘렌트푸어’ ‘땅콩주택’…. 올 한 해 부동산 시장에 유난히 신조어와 유행어가 많았다. 글로벌 금융위기, 수도권 장기 주택시장 침체 등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나타나며 어느 때보다 시장이 혼란스러웠기 때문이다. 유행어·신조어로 올 한 해 부동산 시장을 정리해 봤다.

 ◆바이플레이션(Bi-flation)=‘바이플레이션’은 거래량이 줄고 가격이 약세인 ‘디플레이션(Deflation)’과 거래가 크게 늘면서 가격도 뛰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이 공존하는 현상을 말한다. 올해 수도권과 지방 주택시장의 양극화를 표현하는 말로 많이 쓰였다. 국민은행 조사에 따르면 올해 수도권 아파트값은 0.3% 오르는 데 그쳤다. 1월 2만2495건이던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달엔 1만6120건으로 소폭 줄었다. 반면 지방 아파트값은 올 들어 16% 상승했다. 대구 아파트 거래량이 1월 4250건에서 11월 5958건으로, 광주도 1월 2474건에서 11월 4567건으로 크게 늘었다. 수도권 분양시장에선 미분양이 잇따랐지만 지방은 100대1이 넘는 경쟁률을 보이기도 했다.

 이 같은 바이플레이션이 나타난 데는 수급 불균형이 원인으로 꼽힌다. 국민은행 강남스타PB센터 김일수 팀장은 “주택공급이 꾸준히 늘었던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2000년대 후반 공급이 크게 줄면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다”고 말했다.

 ◆렌트푸어(Rent-Poor)=지난해 가을 이후 전셋값이 급등하면서 ‘렌트 푸어(Rent-Poor)’가 등장했다. 치솟는 전셋값을 감당하는 데 소득의 대부분을 지출하느라 여유 없이 사는 사람을 뜻한다. 집값 하락, 대출이자 증가 등으로 소득이 줄어 어렵게 사는 사람을 일컫는 ‘하우스푸어(House-Poor)’의 전세판인 셈이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올해 전국 아파트 전셋값은 15.7% 상승했다. 광주광역시가 24.6% 올랐고 서울도 12.9% 상승했다. 2009년 이후 2년간 상승률은 전국이 33.2%, 서울은 33%다. 2008년 말 2억원에 전셋집을 구했다면 올 연말에 6000여만원을 올려줘야 하는 것이다.

 전셋값 급등은 비싼 전셋값을 내지 못해 좀 더 싼 전셋집을 찾아 떠도는 ‘전세난민’을 양산했다. 집주인들이 전셋값 상승분을 월세로 돌리면서 ‘반전세’가 크게 늘었다. 반전세 증가로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비중이 크게 줄었다.

 결혼했지만 비싼 전셋값 때문에 전셋집을 구하지 못하고 부모와 함께 사는 ‘캥거루족’이 생겼다.

한 필지의 땅에 두 가구를 나란히 지은 ‘땅콩주택’.

 ◆땅콩주택=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택경기 불황을 타고 불기 시작한 소형주택 인기는 올해 더욱 높아졌다. 아파트 분양 시장에서 중소형과 중대형의 청약 성적은 갈수록 벌어졌다.

 수도권 아파트값이 맥을 추지 못하면서 단독주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단독주택 거래량이 지난해 8만4445건에서 올해(10월 말까지) 9만9877건으로 늘었고 건설실적도 올해 4만2412가구로 지난해(3만7641가구)보다 12.7% 증가했다.

 단독주택과 소형의 결합상품으로 등장한 게 ‘땅콩주택’이다. 한 개 필지에 2가구가 나란히 지어진 모습이 땅콩을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미국에서는 ‘듀플렉스(duplex)홈’으로 불린다. 단독주택의 쾌적함을 누리면서 땅값·건축비용을 절반 가까이 줄일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땅콩주택에 이어 한 개 필지에 3~4가구가 함께 사는 ‘완두콩주택’도 있다. 광개토개발 오세윤 사장은 “경기침체로 소득 증가가 많지 않고 가구당 가구원 수가 줄어들고 있는 것도 땅콩주택 인기의 배경”이라고 말했다.

 ◆오피스텔=오피스텔은 당초 사무실에서 업무를 보면서 잠시 쉴 수 있는 시설을 갖춘 공간을 뜻한다. 이런 오피스텔이 올 한 해 부동산 시장에서 가장 뜨거운 관심을 끈 상품이 됐다. 집값 보합세, 1~2인 가구 급증 등으로 임대수익형 부동산이 주목받으면서 오피스텔에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경기도 성남시 정자동 2차 푸르지오시티는 최고 176대1, 서울 행당동 서울숲 더샵은 최고 144대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서울 은평뉴타운 아이파크 포레스트 게이트도 최고 103대1의 청약 경쟁률을 보였다.

 정부가 내년부터 오피스텔 임대에도 양도세 등 세제 혜택을 주기로 해 오피스텔 투자 열기는 연말까지 식지 않고 달아올랐다.

 주택 기능도 좋아졌다. TV 등 각종 가전제품과 가구를 갖춰 몸만 들어가면 되는 ‘풀퍼니시드(full-furnished)’ 시스템이 도입되고 평면이 다양해졌다. 피트니스클럽·옥상정원·사우나 등 아파트 못지않은 커뮤니티 시설도 갖추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아파트에 비해 큰돈을 들이지 않고 오피스텔 임대사업을 할 수 있게 임대투자 문턱이 낮아지면서 오피스텔 투자층이 크게 확대됐다”고 말했다.

최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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