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 칼럼] 기업가정신이 사회발전 이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12면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필자는 학부에서 경영학 공부를 시작한 이래 30여 년간 세계적 성과를 내는 우수 글로벌 기업들의 성장 동력이 무엇인지를 화두로 연구해 오고 있다. 그러한 연구 결과 중 하나가 ‘역사상 좋은 기업은 반드시 좋은 기업문화를 갖고 있고, 좋은 기업문화는 좋은 오너와 최고 경영자로부터 나온다’는 것이다.

 한 세기 가까운 역사를 가진 듀폰·포드자동차·마쓰시타가 그랬고, 비교적 신생기업이라 할 수 있는 MS·애플·소프트뱅크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창업자들이 실천한 기업가정신은 한 기업의 문화를 혁신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 발전의 원동력이 되기도 했다.

 이런 현상은 국내 대표기업들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난다. 1993년 “처자식만 남기고 다 바꾸라”는 이건희 회장의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은 글로벌 리딩 기업 삼성의 토대를 만들었다. 이뿐만 아니라 ‘변화’와 ‘혁신’이라는 단어가 사회적 어젠다가 되는 데 큰 영향을 미쳤다. 현대자동차의 괄목할 만한 성장은 정몽구 회장의 품질경영과 궤를 같이했다. 현대자동차의 품질경영에 대한 의지는 동종 산업을 거쳐 이종 산업에도 경종을 울려주었다. 오너의 철학이 기업문화를 곧추세워 강한 기업을 만들고 나아가 사회적 현상으로 확대된 것이다.

 경영철학이 기업문화로 정착하는 것은 짧은 기간에 이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필자는 지난 10년간 SK그룹 기업문화인 ‘SKMS(SK Management System)’의 진화·발전을 위한 토론회에 참여해 왔다. SKMS는 경영원칙과 그 기본이념, 원리 등을 체계화한 SK만의 고유한 경영시스템으로 75년에 고(故) 최종현 회장이 창안했다. 기업이란 유기체와 같기에 기업문화 역시 현재완료형이 아닌 진행형으로 늘 진화해야 한다. 이에 따라 최종현 회장 사후에도 10년이 넘도록 SKMS는 계속 토론의 대상이 되고 또 개정돼 왔다. 언젠가 토론에서 “만약 기업의 이윤추구와 고객의 행복이 상충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논한 적이 있다. 최태원 회장은 “고객의 행복을 위해 단기적 기업이익을 희생하는 것이 장기적 기업 생존을 위해 타당하다”고 답해 토론자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이런 자세가 특정 기업의 문화에 그치지 않고 사회로 확산될 때 우리 산업 생태계도 발전을 거듭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이경묵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