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에 고춧가루 뿌린 듯 아프면 협심증 의심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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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추운 날씨 때 심장병으로 쓰러지는 사람이 많다. 여름에 비해 혈관 신축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사망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인도 심장병의 일종인 심근경색이다. 심장은 병원에 갓 온 환자의 심리상태처럼 예민한 조직이다. 의료진이 조금만 요령을 피우면 바로 사고로 연결된다. 응급 전화가 왔을 때 잠시만 시간을 지체해도 환자의 심장은 박동을 멈출 수 있다. 박덕우(사진) 교수에게서 심장 건강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들었다.
 
-심장병을 정의한다면.
“심장은 근육 덩어리다. 3개의 혈관이 산소와 영양분을 주어야만 쿵쿵 뛸 수 있다. 이 혈관들은 왕관처럼 생겼기 때문에 ‘관상(冠狀)동맥’이라고 부른다. 만약 혈관 벽이 두꺼워지거나 혈전(피딱지)이 생겨 관상동맥이 하나 이상 막히게 되면 심장 근육은 죽기 시작한다. 이렇게 생긴 심장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혈관이 좁아지다가 막히기 직전 상태를 ‘협심증’, 완전히 막힌 것을 ‘심근경색’이라고 한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심장병을 의심해야 하나.
“심장병은 대부분 전조 증상이 있다. 평소에 아무 문제가 없다가도 걷거나 운동을 할 때 가슴에 통증이 느껴진다면 협심증을 의심할 수 있다. 환자들은 심장에 고춧가루를 뿌린 것 같은 느낌이 든다고 말한다. 혈관이 터지기 직전에는 신체가 불완전한 상태가 되면서 증상이 더 빨리 나타난다.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때도 비슷한 통증이 느껴진다면 심근경색일 가능성이 높다.”

-날씨가 추워지는 겨울에 환자가 늘어나는 이유는.
“심장병은 겨울에 가장 많이 발병한다. 특히 새벽 5시부터 아침 9시 사이에 응급실로 오는 환자가 많다. 날씨가 추우면 혈관이 수축하는 정도가 커지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월요일 아침에 특히 환자가 많이 생긴다는 점이다. 주말에는 운동량이 적고 폭식하기 쉽다. 여기에 다시 일을 하러 간다는 심적 부담감이 더해져 쉽게 발병하는 것 같다.”

-다른 위험요인에는 어떤 것이 있나.
“당뇨병이 있다면 심장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 혈액 속에 ‘당’이라는 설탕 성분이 많아지면 혈액은 끈끈해진다. 그 때문에 혈액순환이 원활하지 못해 혈관 내에 침전물이 쌓이기 쉽다. 이 외에도 비만, 고혈압, 신부전 등이 대표적인 위험인자다. 가족력도 무시할 수 없다. 가족 중에 만 45~55세 정도에 심장병에 걸린 사람이 있다면 다른 사람보다 심장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훨씬 높다. 만약 나이가 젊다면 흡연이 최고의 위험인자다. 실제 한 20대 중반 남성 환자는 다른 위험 요인과 가족력이 없었지만 하루에 담배를 두 갑 이상 피우다가 심근경색으로 쓰러졌다.”

-부정맥은 또 무엇인가.
“뺨을 맞으면 볼이 얼얼한 것처럼 심장도 갑자기 충격을 받으면 부르르 떤다. 바로 부정맥 증상이다. 부정맥이 나타나면 누구나 정신을 잃는다. 이때 심장 마사지를 해주지 않으면 이른 시간 안에 병원에 도착하더라도 사망할 수 있다. 뇌로 피가 공급되지 않으면서 뇌사로 이어지기도 한다. 심장을 움켜쥐며 갑자기 쓰러지는 사람이 있다면 먼저 119에 신고한 뒤 전기 충격으로 심장을 원래 상태로 돌려줄 수 있는 자동제세동기(AED)가 있는지 먼저 찾아야 한다.”

-발병 후 시간의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심장 혈관이 막히고 최대 12시간이 지나면 치료를 하더라도 다시 심장을 살리기 어렵다. 보통 6시간을 기준으로 삼는데 이 시점에서도 심장 근육의 70~80%는 죽는다. 하지만 한 시간 이내 병원에 온다면 80% 이상 살릴 수 있다. 심장병 치료에서 시간은 금이다.”

-검사를 통해 미리 예방할 수는 없나.
“심장에 일정한 스트레스를 주면 피가 통하는 부분을 확인할 수 있다. 혈관의 직경이 70~80% 막혀 있다면 가만히 있을 땐 확인되지 않는다. 하지만 운동을 시키는 등 일정한 스트레스를 주면 피가 통하지 않는 부분이 나타난다. 이 방법을 이용하는 것이 운동부하 검사와 약물을 이용한 핵의학 검사다. 최근에는 관상동맥 컴퓨터단층촬영(CT)을 통해서도 심장병 여부를 알 수 있다.”

-심장 건강을 지키기 위한 방법을 소개한다면.
“평소 운동과 함께 식사량을 줄이는 게 좋다. 칼로리가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뱃살이 나오기 쉽다. 이는 심장병의 위험인자인 대사증후군, 당뇨병과 깊이 연관돼 있다.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잘못된 정보도 잘못된 것이다. 적당한 양을 섭취한다면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라면이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을 즐겨 먹는 것이 더 위험하다. 짠 음식도 피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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