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와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 조문을 위해 26일부터 1박2일 일정으로 방북한다. 이에 따라 이 여사가 김 위원장의 장례위원장을 맡은 김정은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만날지 여부가 주목받게 됐다.
내일 육로로 1박2일 일정 … 김정은 만날지 주목
통일부 최보선 대변인은 24일 “남북 실무접촉을 통해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의 방북 일정이 확정됐다”며 “북측은 체류 기간 중 조문단의 신변 안전을 보장하고 통신 연결 등 모든 편의를 책임지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문단은 이 여사 측 13명, 현 회장 측 5명 등 총 18명으로 26일 경기도 파주시 남북출입사무소를 거쳐 육로로 방북한다. 이 여사 측에선 큰며느리와 차남 홍업씨, 삼남 홍걸씨 등 유족 5명 및 윤철구 김대중 평화센터 사무총장 등 실무자 8명이 포함됐다. 현 회장은 장경작 현대아산 대표 등 현대아산 임직원 4명이 수행한다.
2009년 8월 김 전 대통령의 장례 때 북한은 김기남 당 비서 등 조문단을 보냈다. 조문단은 국회에 차려진 빈소 조문을 마친 뒤 서울 동교동 김대중도서관을 찾아 이 여사를 별도로 만나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조의 메시지를 전했다. 이어 청와대도 찾아 이명박 대통령을 예방했다. 이 여사 측 인사는 “당시 전례로 보면 이 여사가 김정은 부위원장을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며 “그러나 이번엔 민간 차원으로 가는 데다 북측과 사전에 논의한 바도 없어 만남 여부는 방북해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초 이 여사 측이 조문단에 포함시키도록 요구했던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은 정부의 불허 방침에 따라 조문단에서 제외됐다. 이 여사 측은 이날 오전까지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정부 방침을 수용키로 했다. 또 정부가 조문단의 신변 보호를 위해 파견을 검토했던 통일부 실무자들도 조문단에서 빠졌다. 이는 북한이 정부 실무자들에게도 조문을 요구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최 대변인은 “북측이 협의 과정에서 조문단 일행으로 오면 조문을 하는 것이 맞다는 의사를 완곡하게 언급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이 여사와 현 회장 일행은 조문을 마친 후 평양에서 1박한 뒤 개성을 거쳐 27일 귀경할 예정이다. 한편 민주통합당은 이날도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민화협) 등 민간단체의 조문을 모두 허용할 것을 정부에 요구했다. 그러나 정부는 조문단을 필수적인 실무인원으로 한정하겠다는 방침에 따라 수용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