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BOOK] 인류에 도움 준 전기·증기기계 … 괴짜 과학자 ‘딴 짓’의 산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딴짓의 재발견
니콜라 비트코프스키 지음
양진성 옮김, 애플북스
260쪽, 1만3000원

사실, 끌로 판다고 다 되는 것은 아니다. 세상을 바꾼 발견에는 늘 우연이라는 의외의 변수가 끼어들게 마련이다. ‘불온한 과학자들의 우연하고 기발한 발견들’이란 부제가 보여주듯 책은 괴짜 과학자의 ‘딴 짓’이 인류의 삶을 바꾸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례를 엮었다.

 볼로냐 병원의 외과의사였던 루이지 갈바니는 몸이 아픈 아내를 위해 개구리 수프를 만들다가 우연히 전기를 발견한다. 껍질을 벗겨낸 개구리가 근처에 있던 전도체에 닿자 다리 근육에 심한 경련을 일으키는 것을 보게 된 것이다. 전압계와 전류계가 생기기 전 ‘개구리의 넓적다리’는 ‘자연 전류계’로 전기 기구를 만드는 데 주요한 역할을 하게 된다.

 의도치 않은 데다 순수하고 다소 낭만적이기까지 했던 과학자의 ‘딴 짓’은 생명을 살리고 천체의 운동과 자연현상을 해석하는 이론으로 발전한다. ‘딴 짓’이 현대인의 삶을 풍요롭게 한 기술과 과학 발전의 디딤돌이 된 것이다. 어찌 보면 우리가 ‘딴 짓’에 빚을 지고 있는 셈이다.

 

에드거 앨런 포

자신의 ‘딴 짓’이 세기의 발견으로 이어졌지만 명성은 얻지 못한 불운한 과학자의 이야기도 실렸다. 르네 뒤보스는 항생제의 개념을 만들었지만 페니실린 연구에서는 제외돼 노벨상을 놓쳤다. 오늘날의 압력솥에 해당하는 ‘고압 가마솥’을 만든 프랑스의 과학자 드니 파팽은 증기 기계의 선구자였지만 후발 주자인 제임스 와트에 가려진 채 모든 명성을 와트에게 넘겨야 했다.

 진화론의 아버지로 불리는 찰스 다윈이 사냥중독자였다는 사실 등 과학자의 사생활도 담겼다. 추리소설 작가로 유명한 에드거 앨런 포가 위스키와 연금술에 조예가 깊었고, 그가 조금만 부유한 집에 태어나 수학과 천문학 공부를 더 할 수 있었다면 과학사의 한 페이지가 달라질 수도 있었을 것이란 이야기도 흥미롭다. 실험실에 쳐 박혀 진지한 표정으로 연구에만 몰두하는 것이 아닌 살아 숨 쉬는 과학자의 맨 얼굴을 만나는 느낌이다.

하현옥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