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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만의 사랑법 "나는 꽃미남이 좋다"

중앙일보

입력

요즘 여성들 사이에서 남성다운 남성 즉 근육질의 '터프가이'시대는 지난지 오래다. 그 대신 다정다감하고 호리호리한 매너 좋은 '꽃미남'들이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것을 일찌감치 인식한 것이 바로 순정만화.

여성들의 전유물이라는 순정만화가 여성들의 전유물이 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을 터. 순정만화에 등장하는 '멋진 남성'은 현실에서 만나보기가 힘들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이제 남자들이 여자들의 심리를 제대로 알려면 한번쯤은 순정만화를 읽어봐야 할 것이다. 그럼 이번 주에는 약간 쑥스럽지만 여성의 꿈의 세계로 들어가 보자.

요코 카미오 꽃보다 남자
서울문화사/ 25권까지 출간

한 명으로도 성이 안차 4명의 꽃미남이 떼거지로 등장하는 만화. 처음에는 네 남학생과 한 여학생과의 대결(이지메)을 다루는 듯 하더니 어느새 복잡한 관계의 단순한 사랑이야기로 넘어간다.

〈꽃보다 남자〉라는 제목은 "꽃보다 경단(花よりだんご 하나요리 단고)"이라는 일본 관용구에서 따온 제목으로 '외견보다는 내실이 중요하다'는 뜻. 그래도 순정만화이니 외견도 당연히 중요할 수밖에.

여기 등장하는 남자들은 모두 잘생기고 돈도 많은 부잣집 도련님들. 평범하다 못해 너무 가난한(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점점 더 가난해진다) 여학생 츠쿠시와 4명중 가장 성격이 더러운(?) 츠카사와의 사랑이야기.

가정 환경이 너무 달라서 그런가 헤어진 둘은 좀처럼 다시 엮어지질 않는데.

티격태격 사랑이 좀처럼 지루하지 않는 만화. 역시 남자는 잘생기고 돈이 많아야...? 같은 남자라면 너무나 완벽한 주인공에 열받을지도 모르지만 여기서 조건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역시 꽃보다는 남자다!

이은혜 블루
서울문화사/ 7권까지 출간

시도때도 없이 질질짜는 여린 여자주인공만 등장시켜 자주적인 여성들 사이에서조차 약간은 외면받는 경향이 있는 작가 이은혜의 작품. 이은혜의 작품치고는 시종일관 우울한 기운이 감돈다.

7권이 나온지 거의 3년이 지났지만 다음 권이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블루〉는 신경숙씨 소설을 읽고있는 느낌이 드는데 이렇게 세심하게 독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것도 작가의 능력일 것이다.

오랜 소꿉친구인 승표와 해준 그리고 연우. 이들은 묘한 삼각관계다. 이들 관계에 새롭게 등장하는 현빈. 작품을 읽다보면 모든 신경은 승표에게 쏠리는데, 연약하면서도 진지하고 사려깊은 모습은 같은 남자가 보기엔 짜증이 날 수도 있다.

지금의 나의 상황에 빗대어 보고 예전의 추억을 떠올려보기에 더욱 좋다. 감상의 물에 푹 빠지고 싶은 사람이라면, 끝을 보지 않고도 능히 견딜 수 있는 사람이라면 꼭 읽어보시도록.

덧붙인다면 개인적으로 필자가 좋아하는 작품. 작가님 빨리 다음권 써 주세요~~

원수연 풀하우스
대원씨아이/ 10권 완간

원수연 그림을 보고 있으면 '어쩜 이렇게 잘 그릴까?'라는 감탄이 먼저 나온다. 세상사는 남자들이 모두 원수연 작가 그림처럼 생겼다면 아마 세상천지 추남을 없을 것이다.

〈풀하우스〉는 한국인 2세인 시나리오 작가 엘리와 영국의 유명 영화배우 라이더의 사랑이야기다. 평범한 한국여성과 영국귀족 출신 영화배우라... 어쩐지 꿔 볼 수 있는 최고의 꿈을 옮겨놓은 듯 약간은 뻔~하고 통속적이지만 일단은 단순해서 좋다.

이건 조금 가볍게 읽을 수 있지 않을까. 역시 멋진 남자가 나온다.

하나 더 소개를 하자만 〈엘리오와 이베트〉.
이 작품을 단순하게 말하면 현대판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서로 적대적 관계인 두 마피아 집안 자녀 엘리오와 이베트는 어릴 적 우연히 한 파티장에서 만난다. 그리고 십여년 후. 그 둘은 다시 만나 사랑을 하게 되는데, 그들의 사랑은 좀처럼 쉽지 않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상상하면 알 수 있겠지만 이 만화는 슬프다. '어떻게 순정만화를 이렇게 슬프게 장식할 수가 있어?' 다소 화가 날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순정만화의 진가를 모르는 사람들이 하는 말일뿐이다.

김기혜 설(雪)
대원씨아이/ 6권까지 출간

역시 멋진 그림에 멋진 남자. 그러나 김기혜의 〈설〉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여자라는 자기 정체성을 잃어버린 성은을 등장, 그 주변의 유노와 기남의 관계를 그렸다.

이곳에서도 역시나 사랑하는 사이인 성은과 유노 사이의 장벽은 너무나 많은데,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그들의 사랑이 겨울과 눈(雪)이라는 소재와 잘 맞아떨어진다.

순정만화에 감정을 이입시키면 사랑하고 있는 느낌과 시련 당한 느낌을 가질 수 있는데, 개인적으로 유노보다 기남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이들 관계를 지켜보기가 참 힘들다.(유노를 더 좋아하려고 노력중.^^)

김기혜식의 표현법이 살아있는 깔끔한 작품. 상처를 주기 힘든 눈같이 깨끗한 영혼을 가진 성은을 만나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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