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골프 체험기] (13) 장타를 날리려면

중앙일보

입력

"백스윙이 빠르면 좋을 게 하나도 없다."

바람이 평소보다 많이 불던 날이었다. 드라이빙 레인지에서 연습하던 내게 리츤 선생은 "지금 네 백스윙이 얼마나 빠른지 아느냐" 고 지적했다. 맞바람이 불어 공이 덜 나가자 나도 모르게 스윙이 빨라진 것이었다.

리츤은 "골프 스윙의 생명은 헤드 스피드지만 공을 때리는 순간이면 족하다. 백스윙이 빠를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

그리고 그는 백스윙 속도를 줄이는 방법 두가지를 가르쳐 줬다.

첫째는 골프 클럽을 거꾸로 잡고 스윙해보라는 것이다. 골프 클럽은 헤드가 무겁기 때문에 원심력이 작용, 자신이 모르게 백스윙뿐 아니라 다운스윙까지 빨라질 수 있다.

그러나 클럽헤드 쪽을 쥐면 무게를 거의 느끼기 힘들어 빨리 휘두르려고 해도 쉽지 않다.

둘째, 클럽을 똑바로 잡고 슬로모션으로 1에서 10까지를 세며 백스윙을 하고 같은 방법으로 다운스윙을 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스윙의 시작에서 끝까지 일정한 속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선수들도 템포가 좋지 않을 때 이 훈련 방법으로 교정을 받았다.

공을 치지 않는데도 스윙이 쉽지 않았으나 매일 반복 연습을 하니 부드러운 템포를 찾을 수 있었다.

아마추어 골퍼들과 프로 골퍼의 차이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부드러움이다. 프로들은 공을 강하게 치는 것 같지 않은데도 타구가 하늘을 찌를 듯 뻗어나간다.

반면 아마추어들은 클럽을 힘껏 휘둘러도 공은 뻗어나가다 중간에 뚝 떨어진다. 그래서 프로의 샷을 보면 흔히 "살살 치는데 왜 저렇게 거리가 나지" 하는 것이다.

미국 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뛰고 있는 박지은의 스윙을 보자.

장타자 박지은은 헤드 스피드가 뛰어나지만 백스윙만큼은 느림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일정한 템포를 유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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