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경제팀 릴레이 인터뷰] 1. 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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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개각으로 진념(陳稔)경제팀이 출범했다. 새 경제팀 앞에는 현대사태.금융시장 안정 등 당면과제에서부터 경기 연착륙과 장기적인 경쟁력기반 구축 등 과제들이 쌓여 있다. 신임 경제장관들의 현실진단과 처방, 다짐을 릴레이로 싣는다.

신국환(辛國煥)장관은 "이제 경제정책의 기조는 실물에 역점을 둬야 한다" 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가 수출 1백억달러와 1천억달러를 달성할 당시 상공부의 사무관과 국장으로서 수출드라이브정책을 직접 이끌었던 직업관료 출신이다.

공직을 떠난 후 선거에 출마하는 등 7년여 '외도' 끝에 고향 격인 산자부로 돌아온 辛장관은 여전히 '실물중시' 를 강조하고 있다.

- 정치인에서 행정가로 다시 복귀했는데, 산업자원부가 예전과 다른 것은 뭔가.

"첫 인상은 산자부가 그동안 적극적인 행정을 못했다는 느낌이다. 개혁과정에서 기업을 이끌고 뒤에서 밀어주는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의미다. 초기 구조조정의 성격상 그것이 불가피했다면 이젠 달라져야 한다고 본다. 산업.노동.공공부문 등 산업자원부와 관련한 부분이 많아 막중한 책임감을 느낄 정도다. 그동안 바깥에서 산업행정을 들여다본 경험을 새로운 에너지로 삼을 예정이다."

- 하반기 경제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경제단체의 실물경기 조사결과는 모두 경기하강을 예고하고 있는데.

"경제의 '펀더멘털' 은 괜찮다느니, 지표상으론 아직 문제가 없다느니 하지만 실물분야 체감경기는 떨어지고 있다고 본다. 조정을 거쳐 재상승을 시도할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수출.생산 호조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에만 제한된 것도 문제다."

- 산업간 균형성장이 그래서 긴요한 것 아닌가.

"맞는 말이다. 공급자의 '부익부 빈익빈' 의 현상은 결국엔 전체 생산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또 소비도 일부에만 집중돼 균형을 잃고 있다. 벤처.코스닥도 좋지만 기본적으로 생산성과 효율이 뒷받침돼야 하고 여기에는 땀을 필요로 한다."

- 실물경제 전문가의 관점에서 현대사태에 새롭게 접근할 방법은 없나.

"현대문제는 푸는 방식에서 실물 차원의 변수가 고려되지 않고 있는 건 분명하다. 그리고 서로간의 대화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도 받고 있다. 하지만 일단은 현재의 해법을 지켜볼 뿐이다. 일관성 있는 구조조정 원칙이 지켜져야 하기 때문이다."

- LPG 가격인상 등 에너지가격 조정도 당면과제다.

"에너지가격은 합리화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어느 정도 수익자 부담원칙은 불가피하다고 본다."

- 대기업의 많은 문제가 노출되고 이에 따라 사회 전반적인 감시활동도 커지고 있는 와중에서 장관의 기업활동 경력을 들어 친기업적, 아주 비판적으로는 친재벌적이란 얘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산자부의 기본성격이 오히려 그런 것 아닌가. 기업이 신나게 움직일 수 있는 토양마련에 전념하겠다. 자유롭게 들어와 기업활동을 하되 최소한의 경쟁 룰은 지킬 수 있도록 유도하는 게 시급하다고 본다. 소신껏 산업정책을 펼치고 평가를 받을 작정이다."

- 과거 개발연대와 달리 지금은 기업의 자율성이 강조되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산업정책 무용론' 까지도 나오지 않은가.

"이름하여 '시장론' 과 '정부론' 의 상충관계다. 학자들간에 아직 논쟁이 계속될 정도로 판단이 어려운 부분이다. 선진국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영국의 대처리즘이나 미국의 레이거노믹스 등은 정부 주도의 경제 효율성 제고 정책이었다. 일방적으로 시장에만 의존하는 경제정책은 결국 '비용' 을 너무 많이 들이고도 효과를 보지 못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셈이다.

물론 정부가 기업.업종별로 법규를 만들고 진흥책을 내놓고 하는 시기는 지났다. 앞으로 산업정책은 인력 등 국가적인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산업별로 경쟁력과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느냐에 달려 있다. 기초산업기술개발.부품소재산업.정보통신산업.생명공학.환경산업 등은 국가적인 육성책이 시급한 분야다."

- 얼마전 산자부가 e산자부를 선언하며 산업의 정보화계획을 발표했는데, 거기서 신산업정책의 아이디어를 찾을 수 있는가.

"전임 김영호 장관의 e산자부 아이디어는 매우 시의적절했다고 본다. 그 정책을 추진.확대시키는데 주력하겠다. 사실 기존 산업과 정보기술(IT)의 결합은 전 산업분야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새롭게 하는 수단이 되기 때문이다. 따로가는 정보화가 아니라 기존 제조업과 정보산업이 만나는 점에서 새로운 가치가 창출될 것이다. 산업간 전자상거래의 표준화 및 네트워크화가 시급한 과제다."

허의도.이효준 기자

<인터뷰 순서>

①신국환 산업자원부장관
②이남기 공정거래위원장
③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
④전윤철 기획예산처장관
⑤한갑수 농림부장관
⑥노무현 해양수산부장관
⑦진 념 재정경제부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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