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재벌들 부당내부거래 공정위에 적발

중앙일보

입력

재벌개혁에 대한 국민적 요구와 정부의 목소리는 갈수록 커지고 있지만 재벌들의 소유.경영구조는 아직 과거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10일 발표한 7개 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조사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재벌들 사이에는 계열사와 특수관계인 등에 대한 부당한 내부지원이 만연돼 있다. 일부 재벌 총수는 자녀에게 부당한 방법으로 계열사의 경영권을 넘겨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다.

또 계열사간 순환출자는 매년 급증하고 있고 1.5%의 지분으로 그룹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총수 1인의 경영체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공정위는 이에따라 부당내부거래 조사 강화와 구조조정본부의 월권행위 처벌 등 강도높은 재벌개혁을 표명하고 나섰지만 어느정도 성과를 거둘지는 두고볼 일이다.

◆부당내부거래 만연= 6대 이하 7개 재벌이 3조9천577억원의 부당내부거래를 했다가 공정위에 적발됐다.

이들 그룹은 이번에 처음 조사를 받았지만 최근까지도 부당내부거래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98년부터 추진해온 부당내부거래 근절 등 재벌개혁의 성과가 미흡하다는 것을 반증하고 있다.

작년 5월 5대 그룹에 대한 3차 조사에서는 12조3천여억원의 부당내부거래가 적발돼 사상 최대 규모인 790억원의 과징금이 부과됐다. 비슷한 시기 8개 공기업에 대한 조사에서도 4조원에 가까운 부당내부거래가 드러났다.

재벌들은 갖가지 수법을 동원한 계열사간 내부거래를 통해 내부결속을 다지고 부실계열사를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대림그룹이 회장 아들에게 싼 값으로 대림정보통신의 주식을 매각하는 방법으로 지분을 100% 가까이 넘긴 것으로 드러나는 등 변칙상속의 수단으로도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해에는 삼성SDS가 이건희 회장의 자녀들에게 신주인수권부사채를 저가로 넘겼다가 적발되기도 했다.

이처럼 부당내부거래가 만연돼 있지만 공정위는 실질적인 부당지원금액의 최고 70%를 과징금으로 부과하고 합병이나 매각 등 구조조정을 한 기업에게는 이마저 감면해주고 있어 처벌이 약하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에따라 공정위는 앞으로 단순 과징금 부과외에 형사고발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 제재하겠다고 밝혔지만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급증하는 순환출자, 변함없는 총수 1인체제= 지난 4월15일 현재 30대 그룹의 계열.비계열사 회사에 대한 출자총액은 45조9천억원으로 1년사이에 16조원이 증가했다.

이중 동반부실을 초래하고 오너의 지배력을 강화하는 계열사간 출자총액은 34조6천억원으로 8조5천억원이 늘어났다.

내년 4월 순자산의 25%이내로 출자를 제한하는 출자총액 제도가 시행되지만 30대 그룹의 출자한도 초과액은 모두 19조8천억원으로 이를 제대로 해소할 지 의문시 되고 있다.

또 이들 그룹의 내부지분율은 43.4%로 작년 50.5%보다는 다소 개선됐지만 98년 이전과는 비슷해 소유구조가 별반 달라진게 없는 상황이다. 30대 그룹의 총수가 평균 1.5%의 지분으로 544개의 계열사를 지배하고 있는 것이 우리기업의 현실이다.

최근 16개 그룹이 99 사업연도 결합재무제표를 공개한 결과 부채비율이 200%를 넘었으며 일부 그룹은 장사해 남은 돈으로 이자도 못갚는 재무구조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재벌개혁 압박= '경제검찰'로 불리는 공정위는 앞으로 강도높은 부당내부거래 조사 계획을 밝히는 등 연내 재벌개혁을 목표로 발걸음을 빨리하고 있다.

공정위는 우선 이달말로 예정된 4대 그룹에 대한 조사시기를 앞당겨 오는 16일부터 실시하기로 했다. 이때 재벌 2.3세의 벤처기업, 구조조정본부도 함께 조사하고 위법행위 적발시 가능한 모든 제재수단을 동원하기로 했다.

현대처럼 버티면되는 것이 아니냐는 재계의 분위기를 일소하기 위해 어느때보다 강도높은 조사를 벌이겠다는 분위기다.

공정위는 또 내년 4월 출자총액제한제도의 시행 이전에 30대 그룹이 출자한도 초과분을 해소하도록 적극 독려하기로 했다. 계열사간 순환출자를 줄여 내부지분율을 낮추고 총수 1인의 지배력을 줄이도록 채찍질하겠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재벌의 소유구조와 경영관행을 하루아침에 바꿀수는 없지만 연내 재벌개혁을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소수주주권 강화 등 '선단식 경영'을 막기 위한 외부통제장치가 제대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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