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부자 늘도록 나눔의 씨앗 계속 뿌릴 겁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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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부터 아름다운재단에 수익의 1%를 기부했던 김천중씨는 “이제 일을 다시 시작했으니 1%의 나눔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진원 기자]

김천중(63·서울 종로구 사간동·‘남향화원’ 대표)씨가 정기적인 기부를 시작하게 된 데에는 무엇보다 부모님의 영향이 컸다. 김씨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동네 어려운 이웃들에게 쌀 한 되나 옷가지를 나눠주던 부모님 모습을 자연스럽게 보고 자랐다.

2000년 초 부모님이 잇따라 돌아가셨을 때, 김씨는 생전의 그 모습을 유언처럼 가슴에 새겼다. 그래서 그해 11월부터 아름다운재단에 수익의 1%를 기부하기 시작했고, 자신이 운영하는 화원은 ‘나눔의 가게’로 등록시켰다. 2001년 4월 어머니의 제삿날, 장남인 김씨는 7명의 동생들에게 나눔의 가게와 1% 나눔운동에 대해 설명하며 ‘함께 하면 좋겠다’는 뜻을 비쳤다. 동생들은 모두 흔쾌히 동의했다.

“기부는 부자들이나 하는 거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전 금액은 적더라도 자기 수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게 진짜 기부라고 여겼어요. 좋은 일이니까 주변사람들에게도 동참하도록 권유한 거죠.”

먼저 부산과 대전에서 화원을 운영하는 두 동생이 ‘나눔의 가게’ 등록을 했다. 다른 동생들도 수익의 1%를 나누는 기부자가 됐다. 김씨의 두 아들이 용돈의 1%를 정기기부하기 시작했고, 조카들과 여동생의 시댁식구들까지 기부에 동참했다. 김씨네 이웃 가게들도 ‘나눔의 가게’가 됐다.

평소 문학에 관심이 많았던 김씨는 2005년 시집 ‘나눔의 향기’도 출판했다. 그가 직접 써서 수록한 71편의 시 중 40편이 나눔에 관한 사연이나 김군자·한윤학 등 세간에 화제가 됐던 기부자 이야기였다.

하지만 큰 돈이 아니더라도 오랜 기간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동안 동생들과 두 아들은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안타깝게도 기부를 모두 중단했다. 김씨 역시 아름다운재단을 통한 1% 나눔은 잠시 그만둔 상태다.

지난 15일에 화원에서 만난 김씨는 “4년 전 아들에게 화원 경영을 맡기고 충북 제천으로 내려가 한동안 글을 쓰고 지냈다”며 “내 스스로 돈을 벌지 않으니 자연히 수익의 1%를 나누는 일은 중단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김씨가 생활 속의 1% 나눔까지 중단한 건 아니었다. 제천에서도 그는 알코올중독을 고치고 싶어하는 남자의 부족한 병원비를 후원해줬고, 주변의 독거노인이나 형편이 어려운 이웃들을 돕기도 했다. 또 소외계층 아이들에게 무료로 그림교육 등을 해주는 화가를 위해 후원회를 만들어 기부금을 모아 주기도 했다.

김씨는 지난 10월 서울로 돌아왔다. 가게 운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김씨는 “일을 다시 시작했으니 내년부터는 ‘나눔의 가게’로서 아름다운재단에 기부를 이어가야죠”라며 활짝 웃었다.

“기부는 제게 생활의 일부예요. 기부를 통해 사회 구성원으로서 작은 보탬이라도 된다는 사실에 기분이 좋아지고 떳떳해져요.” 한겨울에도 화원에 만발한 꽃들처럼 나눔의 꽃이 활짝 핀 세상을 꿈꾸며, 그는 오늘도 작은 나눔의 씨앗들을 열심히 뿌리고 있었다.

글=양훼영 행복동행 기자
사진=김진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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