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TV는 사랑을 싣고'…인터넷서 만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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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너, 하나도 안 변했네” “얘, 그 가가멜 선생님 기억나니?”

요즘 퇴근시간 무렵 강남이나 신촌, 대학로에 있는 술집에 가면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다. 아이러브스쿨(http://www. iloveschool. co.kr)이라는 사이트 하나가 전국 방방곡곡에 있는 졸업생들을 연결해 주면서 20, 30대 직장인 중에는 ‘알럽스쿨중독증’환자도 생겨나고 있다.

작년 10월부터 본격적으로 서비스에 들어간 이 사이트는 단 9개월 만에 2백80만명의 회원을 확보했다. ‘이제 회원수가 한계에 도달했겠지’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매일 5만5천명에서 6만명의 신규회원이 생기고 있다. 이대로 가면 연말 7백만 회원도 너끈하다.

2백80만이라는 숫자는 한계가 아니라 임계다. 일정 수준에 도달하면 멈춰버리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폭발하는. 7월에는 알렉사 순위(페이지뷰 기준)
도 야후, 다음, 라이코스에 이어 4위를 기록했다. 세계에서도 26위의 페이지뷰를 기록하는 사이트다. 접속만 하면 추첨해 EF쏘나타를 주는 사이트도 있고, 광고를 보면 e머니를 모아 물건을 살 수 있는 사이트도 허다한데 왜 사람들이 이곳으로 몰릴까?

무엇보다도 아이러브스쿨이 돈에 집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이 아이러브스쿨의 가능성과 한계를 동시에 드러낸다는 분석이다. 아이러브스쿨에 들어가면 동창회와 관련되지 않은 내용은 하나도 없다.

어설프게 전자상거래를 시도하거나, 유료사이트로 돈벌 생각을 하지 않고 있다는 뜻이다. 김사장도 사이트의 성공비결이 자기 고유의 색깔을 유지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뉴스를 볼 사람은 신문 사이트에 가면되고, 물건을 사고 싶은 사람은 인터넷 쇼핑몰에 가면 됩니다. 회원만 조금 모이면 포털을 지향한다며 이것저것 끌어 들이면 사람들이 외면하게 되죠.” 네티즌들은 조금만 맘에 안들어도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된다는 것을 김사장은 잘 알고 있었다.

이처럼 ‘장사’에 집착하지 않았기 때문에 폭발적인 회원증가가 가능했겠지만 자선 사업가가 아닌 다음에야 이런 식으로 계속 갈 수는 없다. 아직 코스닥 등록이나 외부투자에도 신중한 편이다.

남의 돈 받아 이익내는 일에 안달하면 사이트 이미지를 흐릴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회사 관계자는 7월에는 광고수익이 1억원 이상 들어와 흑자로 돌아서고 있지만 올 상반기를 기준으로 하면 아직 적자라고 밝혔다. 적당한 수익모델을 못 찾았아서 그런지, 영업비밀이라 그런지 ‘어떻게 수익을 낼 거냐’는 단도직입적인 질문에 우회적인 답만 제시했다.

‘성급하게 수익모델만 찾지는 않을 생각’이라는 것이다. 사이트 내용과 연관없는 사업을 중구난방으로 하기보다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기반으로 동창회 관련 사업이나 서비스를 실시한다면 수익을 내는데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아이러브스쿨 측은 주장했다.

이 사이트의 시작은 어땠을까? 동업자 2명과 50만원씩 갹출해 1백50만원으로 출발한 것이 이 사이트의 시작이다. 성공신화에는 약간의 고난이 있어야 제맛일까? ‘수익모델이 없다’느니, ‘4대 PC통신마다 학교 동호회가 개설돼 있다’느니 하면서 이구동성으로 실패를 예견했다. 하지만 중복 로그인을 제외해도 하루 60만명 이상이 접속하고, 동시 사용자가 대략 5만명 선이고, 15만개가 넘는 동아리를 가진 대표적 커뮤니티 사이트가 오늘의 아이러브스쿨이다. 아이러브스쿨에 등록된 학교만 1만1천3백여개.

이는 교육부에 등록된 1만3백개의 학교보다 많은 숫자다. 폐교까지 포함됐기 때문이다. 여기에 야학까지 포함시키는 작업을 계획하고 있다. 가위 공익적 사이트라 할 만하다.

‘공익적’사이트일지는 모르나 ‘공익’사이트가 아닌 다음에야 돈을 못벌면 기업으로서 존재하기 힘들다. 아이러브쿨이 어떻게 자신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수익을 낼지에 2백80만 회원은 주목하고 있다.

취재 이석호 기자 <lukoo@joongang.co.kr>
사진 김현동 기자 <nan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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