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개념 아이돌' 정부 비판했다 된서리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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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를 통해 정부의 원전정책을 비판한 일본 아이돌 그룹 제복향상위원회.[사진=제복향상위원회 공식 웹사이트]

소셜테이너(Society와 Entertainer의 합성어). 사회적 발언을 하는 연예인을 지칭하는 용어다. 올 한해 많은 연예인들이 사회 각계의 이슈에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 대학 등록금과 위안부 할머니 문제에서부터 무상급식·한미 FTA 같은 찬반이 엇갈리는 사안까지 다양했다. 김여진·김미화·김제동·이효리 등은 트위터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정부를 비판하거나 유기견 보호 등을 호소했다. 이들의 글은 언론에 시시각각 보도되며 화제와 논란을 일으켰다.

하지만 누구보다 큰 인기를 누리는 아이돌 그룹이 이런 발언을 했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소속사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는 아이돌로선 사장님에게 ‘돌발행동’으로 비칠 일은 하기 힘들다.

하지만 일본에는 정식 발매된 노래로 정부를 공개 비판하는 아이돌 그룹도 있다. 일본의 인디계열 아이돌 그룹인 ‘제복향상위원회’는 지난 6월 원자력 발전 정책 폐지를 주제로 한 싱글 앨범 ‘탈, 탈, 탈원전의 노래(원제 : ダッ ! ダッ ! 原發の歌)’를 발표했다.

노래엔 ‘위험한 사고가 벌어졌는데도 (정부는) 당장에 건강에 문제없다고 거짓말 한다’ 며 일본 정부를 비난하는 가사가 들어있다. 또 ‘(원전이 안전하다는) 원전 추진파 당신이 가서 살아봐’ ‘세슘, 멜트다운, 마이크로시버트’ 등의 노골적인 주장도 담겼다. 일본에선 지난 3월 동일본 대지진으로 발생한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 사고로 인해 정부의 안일한 원전 대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시민들은 원자력 발전을 중지하자는 주장도 하고 있다.

여자 중고생으로 구성된 제복향상위원회는 1992년 결성된 뒤 꾸준히 멤버를 교체하며 활동해온 전통 있는 그룹이다. 진보성향의 아이돌 기획사 대표 다카하시 히로유키(高橋廣行)가 ‘아이돌로 사회적 메시지가 있는 노래를 부르자’는 취지로 만들었다. 자동차 배기가스 배출을 비판하는 노래를 부르거나 반전 집회 등에 나와 공연하는 등의 활동을 했다.

그러나 그룹은 이번 앨범 발매 후 수난을 겪고 있다. 스폰서들의 압력으로 6월 이후 탈원전 노래를 가지곤 제대로 된 활동을 못하고 있다. 노래는 라디오에 단 두 차례 소개 된 뒤 전파를 타지 못한다. TV방송이나 방송국 주최 공연도 출연이 여러 차례 취소됐다. CD 발매 과정에선 광고도 제대로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런 고충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활동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20일 공식 홈페이지에 올린 앨범판매 보고에선 탈원전 노래 싱글 앨범 1장이 팔릴 때마다 300엔(약 4400원)씩을 후쿠시마 낙농업자들에게 기부하고 있음을 밝혔다. 팬들의 모금까지 더해 지금까지 62만9100엔(약 930만원)의 성금을 모았다.

이승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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