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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민속박물관 〈한민족의 젖줄, 한강〉전

중앙일보

입력

한반도의 중심을 가로지르는 한강. 오랜 세월 한민족이 젖줄로 삼아온 이 강을 둘러 싸고 벌어진 숱한 사연들은 우리 민족의 역사, 그 자체였다.

전곡리·암사동 유적지가 말해주듯 선사시대부터 한민족의 요람이었던 한강유역은 삼국시대, 백제·고구려·신라의 쟁패(爭覇)로 수차례 주인이 바뀌는 곡절을 겪었다. 3백년에 걸친 삼국간의 쟁탈전으로 고구려의 고국원왕, 백제의 개로왕과 성왕 등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이후로도 고려시대의 남경, 조선시대 이후론 국도(國都)로서 한반도의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이어오고 있다. 이같은 역사기록과 함께 남겨진 유물과 풍습, 얘깃거리들도 수없이 많다.

이런 한강의 역사와 의미를 짚어보는 기획전이 열린다.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이종철)이 오늘(9일)부터 10월23일까지 여는 〈한민족의 젖줄, 한강〉. 한강과 관련된 유물 5백여점, 사진자료 2백여점과 조선시대 모습으로 재현한 마포나루 등을 통해 한강과 연계된 우리의 삶을 조명하는 자리다.

이번 기획전은 ▶한민족과 함께 한 한강 ▶삶의 터전, 한강 ▶문화와 생태 환경의 심장부 한강의 3부로 구성돼 있다.

1부에서는 경기도 연천군 전곡리·서울 암사동 선사유적과 격동의 삼국시대에서 조선시대, 한국전쟁, 60~70년대 한강의 기적, 88올림픽 등 근·현대에 이르기까지 한강과 관련된 자료들을 내놓는다.

주요 전시품으로는 암사동 빗살무늬토기와 중원고구려비 탁본, 삼국시대 무기류, 조선시대 조운선(漕運船), 병인양요를 기록한 치명일기, 한강철교와 다리·댐건설과 치수자료 등이 눈에 띈다.

2부에서는 용산강(지금의 한강 용산 부근)기우제 공문서와 얼음을 관리하던 '빙고별제교지', 한강 하류지역에서 사용한 무신도 '용궁부인', '한강수륙정리도표' 등을 전시한다.

3부에선 한강의 생태자료를 보여준다. 쉬리와 묵납자루, 박제한 철갑상어와 황복 등 한강의 민물고기를 만날 수 있다.

청둥오리 등 한강의 텃새와 이제는 자취를 감춘 철새 등의 사라진 새 등의 한강의 미래가 우리의 앞날이라는 메시지를 담기위해 2002년 월드컵 축구대회 주경기장 모형도 전시한다.

이번 전시의 하일라이트는 '한임강명승도권(漢臨江名勝圖券)'이다. 지리학에 조예가 깊은 문인 정수영이 1796년 그린 이 작품은 한강 상하류를 여행하면서 여러 마을과 사람들을 15.7m에 달하는 화폭에 담은 대작이다. 박물관측은 그림 전체를 전시하지 않고 매주 한부분씩을 돌아가며 공개할 예정이다.

이밖에 야외전시장에는 조선시대 중요한 포구이자 '마포새우젓'으로 유명한 마포나루를 재현했다. 길쭉한 새우젓독과 마포의 나룻배, 주막 등 마포나루의 옛 모습을 실제 크기로 만들었다.

한강을 거슬러 올라가며 곡식과 특산품을 교환하던 장사꾼들이 타고다니던 13m 규모의 '장사거룻배' 등도 재현돼 관람객들을 기다리고 있다. 한강 발원지에서 서해에 이르는 지역을 소개한 영상물도 상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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