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 닭 국물, SNS 세대 입맛에 꽂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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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야쿠르트 꼬꼬면

2011년 한국야쿠르트는 두 마리의 새로 날았다. 하나는 올해 최고의 인기상품인 ‘꼬꼬면’이고 다른 하나는 꼬꼬면 열풍 확산의 도구가 된 트위터다. 지난해 라면업계 4위였던 한국야쿠르트는 꼬꼬면 하나로 ‘흰 국물’ 시장과 ‘SNS 마케팅’의 한 장을 열었다.

국내 라면 시장은 지난해 기준 1조8000억원 규모다. 250여 제품이 치열한 경쟁을 벌이지만 시장 절반은 상위 10개 제품이 차지하고 있다. 이 10개 제품의 평균 나이는 22세. 그만큼 큰 변화 없이 굳어진 시장이었다. 생산라인도 브랜드 파워도 부족했던 한국야쿠르트는 다른 무기를 택했다. 트위터와 블로그,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한 소비자와의 직접 소통이었다.

꼬꼬면은 TV예능프로인 ‘남자의 자격’에서 개그맨 이경규 씨가 개발한 조리법을 활용해 출시 전부터 온라인 세상에서 화제가 됐다. 회사는 제품 출시와 함께 트위터 마케팅을 펼쳤다. 꼬꼬면 트위터를 팔로하고 리트윗하면 꼬꼬면을 집으로 보내주는 식의 이벤트였다. 하지만 초기 생산량은 적었다. SNS에서 꼬꼬면이 한창 입소문을 타는데, 정작 동네 수퍼에서는 쉽게 구하지 못하는 이가 많았다. 그러자 꼬꼬면은 소비자 사이에서 ‘레어템(희귀한 제품)’으로 인식돼 도리어 인기가 올라갔다. 사람들은 꼬꼬면 먹어보기를 하나의 놀이 혹은 체험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개인 블로그나 인터넷 카페에 ‘드디어 꼬꼬면 ‘득템’(아이템 획득)했다’ ‘하나 구해서 가족들 몰래 혼자 먹었다’는 등의 ‘간증글’이 올라오는 식이었다. 흔하디 흔한 소비재인 라면이 하나의 대중문화로 자리 잡는 순간이었다.

제품 출시 후에도 ‘소통’의 노력은 계속됐다. 이어지는 소비자 의견을 제품에 반영했다. 처음 출시 때 라면 봉지 뒷면에 적은 조리법에서 끓일 때 넣는 물의 양은 550mL였다. 대부분의 라면이 채택하고 있는 대로다. 하지만 10월 말부터는 이를 500mL로 바꿨다. “이경규씨가 선보였던 원래 꼬꼬면대로 물의 양을 500mL로 하는 편이 더 맛있다”는 소비자 의견이 SNS로 접수됐기 때문이다. 소비자 제안대로 봉지의 조리법 기재를 아예 바꿔버린 것이다.

라면 봉지에 QR코드도 삽입했다. 스마트폰으로 이를 촬영하면 뜨는 동영상은 바로 ‘꼬꼬면 맛있게 먹는 법’. 이경규씨가 등장해 직접 조리법을 안내해 준다.

제품 브랜드를 강화하는 각종 캠페인과 봉사활동도 활발하다. 지난달 한국야쿠르트는 이경규씨와 함께 ‘꼬꼬면 장학재단’을 설립하기로 했다. 양측이 꼬꼬면 판매로 얻는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것. 이를 통해 ‘맛난 라면’뿐 아니라 ‘착한 라면’으로도 자리매김하고 있다.

꼬꼬면을 하나의 문화로 정착시키려는 노력도 계속된다. 그중 하나가 지난 17일 연 ‘꼬꼬면 요리왕 경연대회’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국조리사관학교에서 열린 이 대회 결선에는 707팀 중 예선·본선을 통과한 24팀이 참가해 각자의 독특한 라면 조리법을 뽐냈다. 꼬꼬면의 아버지인 이경규씨와 요리전문가 이혜정씨, 한국조리사관학교 안성수 교수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석했다. 이날 우승자는 2000만원을 받았다. 수상자들의 조리법은 전국 4개 도시에서 시식행사를 통해 소비자에게 선보일 예정이다.

꼬꼬면은 하나의 제품으로 새 시장을 열었다. 삼양식품의 ‘나가사끼 짬뽕’, 오뚜기 ‘기스면’ 같은 뽀얀 국물 제품 역시 시장에서 호응을 얻고 있다. 1980년대 이후 변하지 않던 빨간 국물 라면 시장이 달라지기 시작한 것이다. 한국야쿠르트 강용탁 F&B마케팅팀장은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라면맛인 ‘얼큰함’을 ‘칼칼함’으로 대체해 특화된 카테고리를 구축할 수 있었다”며 “꼬꼬면이 시장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심서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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