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고2, 문·이과 고를 때] 진로계획 먼저 잡고 사회·과학까지 고1 성적 살피길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지난해 12월, 고2 진학을 앞두고 문과를 선택했던 민세미(18·고2·가명)양은 한 학기 만에 이과반으로 옮겼다. 2학년 1학기까지 다른 과목보다 월등히 높았던 수학성적은 민양으로 하여금 ‘이과로 가볼까’라는 생각을 갖게 만들었고, 2학년 1학기 과정을 마친 뒤 결국 이과로 전향했다. 하지만 문과반에서 최상위권이었던 그의 수학성적은 이과로 옮긴 직후부터 떨어지기 시작했다. 2학기 기말고사에서는 중위권에서도 멀어졌다. 민양은 요즘 자신의 섣부른 결정을 후회하고 있다.

민양의 경우처럼 상당수 학생이 수학성적만을 기준으로 문·이과를 결정한다. 매년 “수능 수리영역 점수에 따라 지원대학이 갈릴 것”이라는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학생들이 수학에 대한 부담감을 느끼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문·이과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살펴야 할 것은 수학성적뿐만이 아니다.

문과에 진학하는 학생들의 경우 언어와 외국어, 사회과목 공부에 자신 있는지, 이과는 수학뿐 아니라 과학과목에 흥미가 있는지를 고려해야 한다. 2012학년도 대입 정시모집에서도 상당수 대학이 인문계 모집단위에서는 언어와 외국어 반영비율을 높이고, 자연계 모집단위의 경우 수리와 과학탐구영역 반영비율을 30~50%까지 높이면서 계열별로 특정 영역 성적이 당락을 가를 것으로 예측된다. 성균관대 정시 우선선발 자연계 모집단위(의예과 제외)에서는 수리와 과학탐구영역을 50%씩 반영했으며, 이화여대 인문계 모집단위는 언어와 외국어 반영비율이 각각 30%였다. 충남 아산고 한정현 교사는 “수리 점수를 비롯해 자신의 현 성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의 영역별 반영비율을 따지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며 “고1 성적이 수능 때까지 이어진다는 생각으로 신중한 결정을 내릴 것”을 당부했다.

진로는 문·이과 선택을 위한 전제 조건이다. 경기여고 박완석 교사는 “외국어에 소질이 있거나 중학교 때부터 글짓기 관련 상을 받은 학생은 100% 문과를 가야 한다”고 말했다. 최근 대입 수시모집에서 상위권 대학을 중심으로 논술 중심 전형을 통해 가장 많은 인원을 선발하는 데다 논술 반영비율도 70%에 달해 글쓰기에 자신 있는 학생들의 경우 문과를 택한 뒤 자신의 강점을 살려나가는 게 합격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얘기다. 그는 이어 “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의사가 되라’는 부모의 강요 때문에 이과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들 상당수가 대학진학을 앞둔 시점까지 진로계획을 제대로 세우지 못해 고민한다”고 덧붙였다.

문·이과를 선택한 고1 학생들이라면 이번 겨울방학을 어떻게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예비 문과생들은 언어·사회탐구에, 이과는 수리와 과학탐구 공부에 공을 들여야 할 때다. 최민철(19·서울대 사회과학대 인류지리학과군 1)씨는 “언어영역 중에서도 취약제제와 유형을 분석한 뒤 많은 지문과 문제를 접하다 보면 유형별 문제풀이 방법을 익힐 수 있다”며 “사회탐구는 교과서를 여러 번 읽으며 ‘흐름’을 잡은 뒤 연표나 그래프를 암기하는 과정을 거치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이과 출신인 안중현(20·연세대 정보산업공학과 2)씨는 1학년 겨울방학 동안 수학개념을 익히는 데 주안점을 뒀다. 수학교과서에 나오는 주요 공식과 풀이방법을 정리한 공책을 만들면서 수학학습의 틀을 잡아간 것. 그는 “상대적으로 혼자 공부할 시간이 많은 방학을 이용해 개념정리 공책을 만들어 놓으면 3학년에 올라가 본격적인 문제풀이를 할 때도 막히는 부분의 개념을 빨리 찾아볼 수 있기 때문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슬기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