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주 겉으론 평온, 속으론 전전긍긍

조인스랜드

입력

업데이트

[박일한기자]

김정일 사망 소식이 전해진 다음날인 20일 오후 2시 북한과 가장 가까운 버스터미널로 유명한 경기도 파주시 문산시외버스터미널 앞에 위치한 S공인 사무실. 중개업소 사장 두 명이 모여 김정일 사망에 따른 현지 시장 전망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 업소 김모 사장은 “이미 최악의 상황인데 더 나빠질 게 뭐가 있겠느냐”며 “별로 달라지는 것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변에서 다른 중개업소를 운영하고 있다는 박모 사장은 조금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는 “그나마 관심을 가지던 사람들마저 관망세로 돌아설 것이 뻔하다”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며 씁쓸해 했다.

이날 기자가 이 사무실에 머무는 1시간가량 동안 실제로 방문객은 물론 문의전화도 한통 오지 않았다.

▲ 파주 문산 중개업소 밀집 도로변 모습

이 곳 주변엔 문산시외버스터미널 앞을 지나는 문향로를 따라 십여개의 중개업소가 늘어서 있었다. 대부분 방문객이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은 커녕 중개업자조차 자리를 비운 곳이 많았다. 서너 곳은 아예 불을 끄고 영업을 하지 않고 있었다.

도로변의 B공인 관계자는 “공장부지, 전원주택용 땅 등 토지거래는 한 달 기준 이곳 10개 업소 당 1건 정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옆 D공인 관계자는 “1억~2억원 정도 수준의 소형 주택 거래를 한두 달에 한 건 하는 게 전부”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한결같이 “거래가 너무 안되는 게 문제지 북한 상황이 달라졌다고 크게 변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워낙 침체된 시장, 엎친데 덮친격!”


그럼에도 당분간 상황이 나아지길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라는 데는 인식을 같이 했다.

B공인 관계자는 “남북관계가 경색되면서 아무래도 이곳 부동산 시장은 더 위축될 수밖에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반문했다. S공인 관계자는 “얼마 전 파주에 ‘페라리 테마파크’가 생긴다는 소식을 듣고 기대감이 생겼는데 북한 변수 때문에 글렀다”며 아쉬워했다.

▲ 자유로에서 교하읍으로 빠지는 진입로 다리에 붙어 있는 `파주는 평화도시입니다` 간판. 파주시가 북한 접경지대라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오후 4시께 문산에서 자유로를 지나 도착한 일산동구 ‘교하신도시 한라비발디’ 견본주택은 썰렁한 편이었다. 분양대행업체에서 나온 몇몇 직원을 제외하고 마침 50대 후반의 강모씨가 상담을 하고 있었다.

파주 교하읍에 거주한다는 그는 “그동안 북한과 관련한 사건이 많았지만 집값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았던 것 같다”며 “새 아파트에 살고 싶어서 견본주택을 둘러보러 왔다”고 설명했다.

분양대행업체 관계자들도 앞서 만난 중개업자들과 비슷한 생각이었다. 김정일 사망 소식 때문에 방문객 수나 전화문의가 늘어나거나 줄진 않고 다만 침체된 시장이 걱정이라는 것이다.

분양대행업체 좋은집의 김성진 부장은 “애초에 하루 4~5개 팀 정도로 방문객이 많지 않았다”며 “오늘도 4개팀이 들렀고 특별히 달라진 점은 못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나마 띄엄띄엄 성사되던 계약이 앞으로 더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눈치였다. 그는 “파주는 수요 자체가 적은 데다 이번 사건까지 터져 매수세가 더 약해질지 불안하다”고 말했다.

교하읍 인근 L공인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엔 운정3지구에서 조단위 토지보상이 시작되고, GTX연장노선이 확정될 것"이라며 "그때 즈음이면 북한 정치상황도 좀더 안정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는 “올 겨울은 많이 춥더라도 내년 봄엔 좀 나아지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민은행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2008년 2월부터 올 11월까지 파주시 주택값은 5% 떨어졌다. 같은 기간 전국 집값은 13.1%, 수도권 주택값은 3.9% 상승한 것과 대비된다.

▲ 20일 오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교하신도시 한라비발디 견본주택 내부 모습. 하루 4~5팀 정도 방문할 정도로 한가하다.

<저작권자(c)중앙일보조인스랜드. 무단전제-재배포금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