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에서도 짝퉁 나온 북한 여성 앵커 이춘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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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이춘희 아나운서와 그녀를 패러디한 대만의 여성 앵커 량팡위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 사실을 보도한 조선중앙TV 이춘희(68·북한 표기는 리춘히) 아나운서가 대만TV 뉴스에서 패러디됐다.

19일 대만 중화TV(華視: 화스) 저녁 뉴스엔 ‘대만판 이춘희’가 등장했다. 뉴스 속 코너 ‘대선 통신원’을 진행하는 여자 앵커 량팡위(梁芳瑜)가 이춘희의 평소 한복을 연상시키는 분홍색 저고리와 흰색 치마 차림으로 등장한 것이다. 량씨는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 뒤 “북한국영텔레비전에 이춘희가 있고, 나는 양춘희”라며 큰 소리로 방송을 시작했다. 방송 내내 이씨의 전매 특허인 굵은 저음의 호소력 짙은 어조와 격앙된 손짓을 흉내 냈다.

‘대선 통신원’은 내년 1월14일 치러지는 대만 대선에 앞서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프로그램이다. 지금까지 농민, 성악가, 후보자, 잡상인을 모방하는 출연자를 내세워 흥미를 자극해왔다. 이춘희 패러디도 시청자의 이목을 끌기 위한 아이디어로 보인다.

그러나 네티즌은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죽은 사람 두고서 장난이 심하다” “뉴스를 가지고 오락예능으로 만들려는 처사” “직업윤리를 완전히 저버렸다” “방송뉴스의 이미지를 무너뜨렸다”고 비판을 쏟아냈다. 이씨가 당일 김 위원장의 부고를 전하는 역할이었던데다 북한 지도자의 타계라는 극적인 상황에서 뉴스가 오락화한 것에 대한 거부감으로 보인다.

대만에선 조선중앙TV의 간판 아나운서인 이춘희가 상당히 유명해 그를 패러디한 쇼핑몰 광고가 선보인 적도 있다. 이씨는 최근 두달 간 TV에 등장하지 않다가 19일 김정일 사망 소식 발표로 컴백하면서 이목을 끌었다. 량팡위의 이춘희 패러디를 다룬 ‘(북한) 이춘희, 대만 TV에 나타났다’ 기사는 대만 야후에서 20일 오후 톱에 오르기도 했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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