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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아름다운지 - 양자경(Michelle Yeoh)

중앙일보

입력

97년 7월 홍콩 반환이라는 세기말의 깜짝 이벤트가 끝난 후 많은 홍콩 영화인들이 서둘러 헐리웃으로 향할 때만 하더라도 '과연 버틸 수 있을까'하는 우려가 앞섰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로 나타났다. '성룡'은 동양의 '버스터 키튼'이라 불리며 확실히 떴고 '이연걸'은 차세대 액션 스타로서의 검증을 이미 끝낸 상태며 젊은 오빠 '주윤발'은 반반의 성공을 거뒀다.

여기에 또 한명의 스타, '양자경(Micelle Yeoh)'이 가세함으로서 홍콩식 액션은 이제 헐리웃의 새로운 장르가 되었다. 특히 '양자경'은 007시리즈 가운데 역대 최고의 흥행작인〈007 네버 다이〉에 출연함으로서 아시아 여성으로는 처음으로 스타덤에 올랐다. 뿐만 아니라 이제는 '성룡'이나 '이연걸'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로 큰 인기를 누리고 있다.(지금까지 동양 여배우가 헐리웃에서 하는 일이라곤 기껏해야 개성 있는 악역 정도임을 상기한다면 정말 대단한 변화다)

1962년 말레이시아에서 태어난 '양자경'은 부모의 교육열에 힘입어(?) 런던의 로얄 댄스 학교에서 춤을 배웠다.(훗날 영화를 통해 선보인 그녀의 이국적 분위기와 힘있는 몸놀림은 바로 어린 시절의 교육 덕분이다) 귀국 후 미인대회에 입상을 계기로 홍콩으로 진출, CF와 영화에 출연하면서 서서히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스턴트를 쓰지 않고 대부분의 액션씬을 직접 연기한 그녀의 두 번째 영화 〈예스 마담〉을 통해 단숨에 아시아 최고의 스타로 자리잡았다. 여성 경찰의 무용담을 그린 전형적인 폴리스 무비〈예스 마담〉은 주인공이 하늘을 날며 온갖 기괴한 권법을 선보이는 과장된 무협영화와 달리 사실적이고 과격한 액션연기가 필요한 영화다. '양자경'은 뛰어난 몸놀림과 강인한 이미지로 단숨에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뭇 남성들의 혀를 내둘 정도의 뛰어난 무술실력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최고의 무기이자 가장 치명적인 단점이 됐다. 산업과 문화적 특성상 무협, 액션영화가 기형적으로 발달된 홍콩에서 그녀는 최고의 스타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양자경은 곧 예스 마담' 이라는 고정된 이미지에서 쉽사리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후 출연작들은 예외 없이 〈예스 마담〉과 비슷한 영화들이 대부분을 차지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결혼과 이혼을 겪으면서 다시 스크린으로 돌아오기까지는 꼬박 3년이 걸렸다. 컴백 영화로 선택한 것은 '성룡'의 〈폴리스 스토리 3〉. 이후 전성기와 다름없는 활발한 활동을 펼쳤지만 데뷔당시와는 사뭇 달랐다. 액션보다는 연기에 치중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신 중국룡〉,〈칠금강〉,〈스턴트우먼〉그리고〈송가황조〉등이 대표적이다.

헐리웃에서의 성공은 의외로 빨리 찾아왔다. '성룡'과 함께 열연한 〈폴리스 스토리 3〉가 미국에 개봉되면서 화끈한 액션을 선보인 동양 여배우에게 관심이 몰렸다. 재빠른 헐리웃이 그냥 넘길 리 없었다. 그 중 007 시리즈의 제작자인 '마이클 윌슨'이 가장 적극적으로 구애공세를 펼쳤고 도박에 가까운 최초의 동양인 본드걸 기용은 적중했다.

사실 '양자경' 이전의 본드 걸들은 성적매력을 앞세워 남성에게 지나치게 의존하거나 곤경에 처하게 만드는 역할들이 대부분이었다. 당연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비판도 강하게 제기됐다. 하지만 '양자경'은 여러모로 이전 본드 걸과는 달랐다. 미모는 물론 007 본드 걸 사상 가장 출중한 액션실력과 지성을 겸비했기 때문이다. 극중 중국 첩보원 '웨이 린'을 보면서〈007 네버 다이〉의 스타는 '피어스 브로스넌'이 아니라 양자경이란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까.

"여태까지 보편화되어 있던 아시아 여성의 나약한 이미지가 아니라 현재 아시아에서 살고 있는 여성들의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했습니다. 오늘날 아시아 여성은 세계의 다른 전문적인 여성들에 비해 결코 뒤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을 말이죠. 나름대로 노력했고 성취감도 있습니다."(양자경)

곧 개봉될 '리안' 감독의〈와호장룡〉은 다시 한번 그녀의 진가를 엿볼 수 있는 작품이다. 올 칸 국제영화제 감독 주간에 선정된〈와호장룡〉은 3중국의 스탭과 캐스트가 중국 본토에 모여 만든 대형 무협 서사극. 이 장르와 어울릴 법하지 않은 '리안' 감독의 손이 빚어낸 영화다. 섬세한 몸짓과 동양적 신비함을 간직한 여검객으로 등장, 절정의 연기를 선보인다.

양자경 팬클럽
http://perso.club-internet.fr/fakirpro/movies/yeohlk.htm
http://www.angelfire.com/ca2/serpent/yeohrules.html

와호장룡 공식 홈페이지
http://www.crouchingtig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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