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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해전술보다는 소수정예가 좋은 사람들에게

중앙일보

입력

〈스타크래프트〉나 〈커맨드 앤 컨커〉같은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인해전술은 가장 쉽게 승리를 얻을 수 있는 전략임에 동시에 최고의 전략이다.

아무리 업그레이드된 유니트라 할지라도 기본유니트가 많은 숫자로 공격을 해 오면 질 수밖에 없다. 이런 이유 때문에 실시간 전략게임에서는 민첩성은 기본이고 유니트를 빨리 생산하기 위한 각종 빌드오더(생산순서)
를 익히지 않으면 게임을 풀어나가기 어렵다.

단시간에 박진감 넘치는 게임을 벌일 수 있는 최근의 실시간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인기를 얻고 있지만 한편으로 장고의 전략으로 승리를 이끄는 게임이나 턴방식 게임은 소위 매니아 게임으로 취급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

2차대전을 배경으로 독일군 기지에 잠입해 임무를 해결하는 〈코만도스-사선에서〉는 파이로에서 제작하고 에이도스사에서 유통시켜 98년 9월에 국내에 출시된 게임이다.

이 게임은 보통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의 장르로 구별되지만 엄밀히 말하면 아케이드에 가깝다. 2D 그래픽의 극한을 보여주는 최고의 수준을 지니는 게임 배경과 적군의 움직임에 시야를 도입한 독특한 이 게임은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었는데 사실 이 게임은 '재미있는' 게임으로 알려진 게 아니라 '극악의 난이도'로 유명해졌다.

이 게임은 기본적으로 다른 직업을 지닌 5명의 특수부대원이 등장한다. 그리고 게임이 시작되면 커다란 맵에 이 5명이 한쪽에 배치가 되고 엄청난 숫자의 독일군 파수병들 사이를 뚫고 임무를 해결해야 한다. 이들이 죽게되면 다시 생산하는 자원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한 명이라도 죽으면 그 미션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게다가 가장 어렵다는 〈로그스피어〉 5번째 미션(한국군인인 박서원이 적기지에 잠입하는 미션)
처럼 모든 미션에서 독일군을 죽이는 것이 다른 군인에게 알려지면 경보가 울리며 엄청난 숫자의 독일군이 어디선가(?)
몰려나오고 게임은 다시 시작해야 하는 지경에 이른다.

혹시 어렸을 때 6가지색으로 이루어진 정육면체 큐빅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이 큐빅은 한번에 색깔을 맞추는 것이 거의 불가능할 정도로 어렵지만 일단 한번 성공을 하면 다음부터는 다양한 방법으로 다시 도전을 하게 되는 퍼즐이다. 〈코만도스〉의 인기의 요인도 이 큐빅과 같은 어려운 난이도에 있다.

게임이 시작되어 보이는 어마어마한 독일군들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한 명씩 제거가 가능하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물론 쉽지는 않다. 접근하기 위해서는 기어가거나 때로는 굴을 파고 땅속에 숨어야 하고 시체는 반드시 어딘가에 숨겨야 한다. 그러나 타겟이 되는 독일군은 다른 독일군이 바라보고 있거나 시체를 숨길 곳이 마땅하지 않을 경우가 대부분이다. 한 두번 도전을 해서 실패를 하고 지쳐 그만두는 사람에게는 이 게임은 적합하지 않다. 다시 자원을 모아 유니트를 생산하는 다른 게임을 하는 것이 정신건강상 이로울 것이다. 그러나 다시 도전을 해서 독일군 유니트들의 시야의 사각지점을 발견해 한 명씩 제거할 때의 기분을 느끼는 것이 이 게임의 참맛이다.

만만하게 마음을 먹고 접근한 게이머들을 한방에 나가떨어지게 한 이 게임은 극악의 난이도를 해결한 승리자들의 인기를 얻어 "Beyond the call of duty"라는 이름의 미션팩까지 발매하여 두 번의 인기몰이를 했다. 확장팩의 전통대로 많은 아이템이 추가가 되었지만 오히려 독일군의 인공지능이 더 높아지고 맵은 두배로 커져 게이머들은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에이도스사는 올해 10월경에 〈코만도스〉의 후속편을 발매한다고 발표해 〈코만도스〉의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고 있다. 후속작에 대한 정확한 내용은 몇 장의 스크린샷과 동영상 정도로 아직 많은 부분이 알려져 있지만 전작의 엄청난 로딩속도나 있으나 마나한 멀티플레이에 대한 개선점이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의 인해전술형의 실시간 전략게임이 적성에 맞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소수정예의 뛰어난 유니트로 많은 적들을 처리해 가는 〈코만도스〉를 플레이 해보길 권한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니 각오는 단단히 하길 바란다.

김요한 Game Analy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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