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외된 이웃에게 사랑의 집 지어드려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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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천안천사본부가 무빙러브하우스 5호를 입주자에게 전달했다. [사진=천안천사본부제공]

‘천안천사본부’가 지역을 위해 다양한 봉사활동을 펴고 있어 호응을 얻고 있다. 2008년 설립된 천안천사본부는 하늘중앙교회 유영완(52)목사가 나눔을 목적으로 만든 봉사단체다. 특히 이 단체는 종교의 벽을 허물자는 의미로 불교와 가톨릭단체도 함께 참여해 현재까지 꾸준히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독거노인들을 위한 이동 빨래방 사업, 목욕 서비스, 연말맞이 사랑의 연탄배달 등이 주요 사업이다. 2009년부터는 해비타트 건축학교와 협약을 맺고 화재, 사업실패 등으로 보금자리를 잃은 불우이웃에게 긴급 주택을 제공하는 ‘무빙 러브 하우스’ 사업도 운영 중이다. 또한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쉼터, 불우 아동들을 위한 그룹홈도 운영하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경제적으로 어렵고 외로움에 눈물 흘리는 이웃들이 많아요. 이들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건 정성과 관심, 그리고 사랑입니다.” 유 목사는 나눔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이웃에게 안락한 보금자리 선물

천안에 사는 이예슬(16·여·가명)양은 얼마 전 끔직한 사건을 겪었다. 화재로 집이 다 타버렸기 때문이다. 이 사고로 예슬양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부모님을 잃었다. 세 자매 중 첫째였던 예슬양이 기댈 곳은 없었다. 오히려 12살과 9살 난 두 동생들을 보살펴야 할 처지였다. 아동센터도 생각해봤지만 자매끼리 떨어져 살수도 있다는 말에 내키지 않았다. 하지만 지난 7일 이들 자매가 기댈 새 보금자리가 생겼다. 천안 천사본부가 이들의 사연을 접하고 무빙러브하우스를 지어줬기 때문이었다. 천안천사본부 홍덕표 사회복지사는 “갑작스런 사고로 부모를 잃고 힘들어하는 예슬이 자매를 위해 4개월의 공사기간을 걸쳐 사랑의 집을 지어줬다”며 “지역 후원인들의 관심과 이웃들의 배려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천안 수신면에 사는 양문덕(42·가명)씨도 천안천사본부의 도움으로 지난 6월 새 보금자리를 얻었다. 경제적 어려움으로 양씨 가족은 붕괴 직전의 허름한 집에 살아왔다. 양씨는 “다섯 식구가 살기에는 너무 끔직한 곳이었다”며 “방안에는 쥐들이 들어와 발가락을 물고 밖에 나가면 뱀이 반겼을 정도”라고 그때를 회상했다.

 문덕씨 부부는 안 해 본 일이 없다. 양말 공장, 수퍼마켓, 분식가게, 노점상 등등. 그러나 결과는 모두 좋지 않았다. 아직도 그 때 진 빚을 갚느라 밤낮없이 일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하루하루가 감사하다. 전세 보증금으로 받은 대출 이자를 갚지 못해 밤잠을 설칠 필요도 없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희망이 생겼다.

 천안천사본부는 어려운 사람들에게 단순히 집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희망과 용기를 준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입주자)의 집을 짓기 위해 구슬땀을 흘렸는지를 옆에서 지켜본 것도 자극이 됐다. 양씨는 “지금까지는 사는 게 너무 힘들다 보니 부인과 아이들에게 짜증만 냈다”면서 “이제는 가족들에게 더 잘해야겠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마음뿐”이라고 말했다.

외국인들에게 새 출발의 기회도

“한국에 온지 2년 됐는데 다니던 회사가 문을 닫았어요. 살기가 막막했죠. 그 동안의 월급을 고향으로 보내 남아있는 돈도 없었어요. 하지만 이곳을 알게 된 후부터는 새로운 삶을 시작하고 있어요.” 인도네시아에서 온 내로멘(30)씨는 어눌하지만 밝은 어조로 자신의 그간 사정을 이야기했다.

 천안 천사본부는 지난해 초 실직한 외국인 근로자들을 위해 사무실 인근 부지에 쉼터를 마련했다. 돈 한 푼 없어도 마음껏 음식을 조리하고 편하게 생활하도록 했다.

 세계각국의 커뮤니티도 차례로 만들었다. 네팔, 중국, 스리랑카, 몽골, 태국에 이어 지난달부터는 캄보디아 커뮤니티가 가동됐다. 식사와 간식 제공, 의료서비스와 법률 상담 지원, 미용 봉사와 야외 활동 등을 지원한다.

 국가별 커뮤니티는 지역 기업체 사장 1명씩을 운영위원장으로 두고 있다. 운영위원장들은 외국인 근로자들을 커뮤니티로 인도하고 그들의 목소리를 경청한다. 커뮤니티는 근로자들 간에 구직과 한국 생활 정보를 교환하는 장이 됐다. 지난해 4월부터는 노동부 한국산업인력공단 산하 외국인력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하고 있다. 이 센터는 최근 전국 7개 지원센터 가운데 고객만족도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홍 사무국장은 “천안·아산은 외국인 근로자가 전국적에서 가장 많이 거주하는 지역”이라며 “하지만 이들을 위한 보호시설이나 법률은 미흡하기 때문에 주변 사람들의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영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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