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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99만 … 전국에서 하루에 신용카드 긁는 횟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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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면

8급(서기) 이상의 공무원과 동일 직장에서 3년 이상 근무하고 20만원 이상의 월급을 받거나, 전화를 가진 사람이어야 크레디트 카드 소지 자격을 인정받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발급 카드 총수는 120여만 개로 한 사람이 2∼3종류의 카드를 갖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80여만 명이 카드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중앙일보 1983년 2월 16일자>

28년 전만 해도 신용카드는 소수의 선택 받은 자들만 이용하는 물건이었다. 직장이 확실하고 신용이 좋은 사람들에게만 선별해 발급됐다. 카드를 쓸 곳도 많지 않았다. 당시엔 카드를 받는 가맹점이 2만5000여 곳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카드 발급 장수 1억2231만 장, 가맹점 수 1717만 곳인 지금(2011년 6월 기준)과 비교하면 엄청난 차이다. 이제 경제활동 인구 한 명당 4.8장의 카드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카드는 일상화됐다.

 전국에서 물건이나 서비스를 사기 위해 신용카드로 긁는 횟수는 하루 평균 1699만 건. 올 상반기 전체 신용카드로 이용한 금액은 220조5000억원(현금서비스 제외)에 달한다. 이는 개인과 법인이 올 상반기 중 소비에 쓴 돈 중 60%에 해당한다. 1982년 신용카드로 구매한 금액이 1500억원이었음을 고려하면 연간 카드 사용금액은 3000배 수준으로 늘었다.

 카드 이용금액이 가파른 상승세를 그린 데는 정부가 큰 역할을 했다. 1999년 정부는 세금 확보를 위해 신용카드를 쓴 금액에 대해 소득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처음 도입했다. 동시에 신용카드 사용자를 대상으로 매달 추첨해 돈을 주는 신용카드 영수증 복권제를 실시했다(2006년 폐지).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신용카드 활성화 대책이었다. 혜택을 받기 위해 너도나도 신용카드를 발급받았다. 신용카드 대신 현금을 쓰면 오히려 손해 보는 셈이라는 인식도 퍼졌다.

 카드 사용처도 갈수록 늘고 있다. 이제 소액이어도 신용카드를 받지 않는 곳이 없을 정도다. 최근엔 1만원 미만의 택시비나 커피값도 카드로 결제하는 게 일반적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소액을 결제하는 편의점(45%)과 수퍼마켓(26%), 대중교통(21%)에서 카드로 결제한 금액이 지난해 대비 크게 늘었다.

 금액만 놓고 볼 때 사람들이 카드를 가장 많이 쓰는 곳은 주유소와 일반음식점이다. 각각 전체 카드 이용 금액 중 10%씩을 차지했다.

워낙 카드 이용이 많다 보니, 최근 카드 가맹점 수수료를 내려달라는 목소리를 가장 크게 내는 업종들이기도 하다. 그 다음으로 많이 이용하는 곳은 홈쇼핑과 인터넷쇼핑몰(8.8%), 할인점(8.3%)이다. 카드사들이 이러한 유통업체에서 할인받을 수 있는 카드를 많이 출시하는 데도 다 이유가 있다.  

한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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