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버팀목은 핏줄 김경희·장성택, 과외선생 이영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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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 발표와 함께 발표된 ‘국가장의위원회’ 명단은 곧 김정은(27) 체제를 떠받들 파워엘리트들이다. 1994년 7월 김일성 사망 때 장의위에 포함된 오진우 인민무력부장은 군부를, 부주석 이종옥·박성철·김영주 등 노 간부들은 노동당·내각을 김정일 체제로 안착시키는 버팀목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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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은을 서열 1번으로 하는 232명의 김정일 장의위 명단에서 가장 눈에 띄는 인물은 장성택·김경희(모두 65세) 부부와 군부 최고실세인 이영호(69) 정치국 상무위원 겸 군 총참모장이다. 정치국 후보위원이자 국방위 부위원장인 장성택은 김정일의 매제로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함북 청진 출생인 그는 김정일의 여동생 김경희와 모스크바 유학을 하며 친해졌고 김일성의 반대를 무릅쓰고 결혼에 골인했다. 2008년 김정일이 건강 이상으로 쓰러졌을 당시 김경희와 함께 김정은 후계 태동에 결정적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도 장성택을 ‘고모부’라며 잘 따른다는 첩보도 있다. 당 경공업부장을 맡고 있는 김경희는 김정일이 병상에서 복귀한 2008년 말부터 군부대와 공장 등의 현지지도를 대부분 수행하며 보좌했다. 당초 알코올 중독 등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다는 얘기도 있었으나 적극적인 공개 활동을 벌여 왔다. 두 사람이 김정은 체제의 후견인을 맡게 될 것이라는 점에 토를 다는 전문가는 거의 없다.

 이영호는 지난해 9월 노동당 대표자회에서 김정은과 함께 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에 발탁되면서 주목을 끌었다. 강원도 통천 출신인 그는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졸업했으며 군 작전통으로 요직을 두루 거쳤다. 정부 당국자는 “직제에 없던 중앙군사위 부위원장 자리를 만들어 김정은·이영호를 나란히 앉힌 건 이영호에게 노동당과 군부에 기반으로 한 후계수업의 과외선생을 하라는 김정일의 뜻”이라고 풀이했다.

 김정은 후계체제가 내부적으로 다져지던 2009년 2월 국방위 부위원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군부실세 오극렬(80)도 주목할 인물이다. 김정일 후계구축 때부터 군부 내 확고한 지지기반을 쌓아 왔다는 게 고위 탈북자들의 전언이다. 일각에서는 장성택과의 힘겨루기에서 밀려나 지난해 당 대표자회 때 제대로 된 직위를 얻지 못한 채 당 중앙위원에만 이름을 올린 걸 두고 세력을 잃었다는 관측도 있다. 정치국 후보위원인 당비서 박도춘(67)과 최용해(61)도 김정일에 이어 김정은 체제에서 핵심적 역할을 할 인물로 꼽힌다.

 장의위 명단에 오르지 않았지만 후계구도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는 인물도 있다. 김정은의 이복형인 김정남(40)으로, 김정은 체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는 지난해 김정일이 막내동생인 김정은을 사실상 후계자로 내세우자 외신 인터뷰에서 “아버지의 3대세습 후계는 잘못됐다”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김정은은 2009년 4월 초 국가안전보위부를 동원해 김정남의 평양 근거지인 우암각 별장을 급습해 세력 견제를 시도하는 등 김정남과 껄끄러운 사이”라며 “평양 판 ‘왕자의 난’이 벌어질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관계가 악화된 상태”라고 말했다. 김정은의 친형인 김정철(30)은 호르몬계 이상으로 인한 건강 문제 등으로 후계에 대한 미련을 애당초 버린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온 김옥(47)의 거취도 관심을 끈다. 평양음악무용대학에서 피아노를 전공했고 1980년대부터 서기실(비서실)에서 일했다. 당국은 김옥이 90년대 중반 김정일의 여자로 발탁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김정은의 생모인 고영희가 2004년 숨진 이후 김옥은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오다 2008년 김정일의 와병 때 ‘병상 통치’를 통해 김정은 후계 출범을 도왔다. 김정일은 각별한 신임을 나타내며 올해 5월과 8월 중국과 러시아 방문 때 공개석상에 그녀를 내세웠다. 당국자는 “고영희와 김옥이 절친한 사이였다는 설과 불편한 관계였다는 첩보가 엇갈려 후계구도와 관련해 어떤 역할을 할지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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