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조문단 안 받겠다는 북한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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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군수뇌 긴급회동 정승조 합참의장(오른쪽)과 제임스 서먼 한미연합사령관(왼쪽)이 김정일 사망 이후 북한군의 동향과 대비 태세를 논의하기 위해 19일 서울 용산 국방부 회의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북한은 19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장의에 외국의 조의 대표단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들이자 후계자인 김정은 당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을 필두로 232명에 달하는 장의위원이 중심이 돼 장례를 치르겠다는 것이다. 이는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와 비슷하다. 북한은 당시에도 외부 조문객들을 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전문가들은 북한의 1차적인 목적은 북한을 외부 세계의 접촉으로부터 차단하겠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외국의 조문사절들이 오면 폐쇄적인 북한 사회 내부의 취약성이 드러나며 겉잡을 수 없이 흔들릴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여러 나라에서 다양한 규모의 조문단이 올 경우 일일이 통제하기가 어렵다는 관리상의 문제도 있다. 다만 북한은 김일성 사망 당시 재외동포들의 요청에 따라 조문단을 받아들이겠다고 번복한 적이 있다. 박보희(81) 한국문화재단 총재가 당시 조문을 다녀왔 다.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이 있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북한에서 신(神)으로 여겨지는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망을 접한 외부의 ‘요청’에 못 이겨 조문단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식으로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중국과 러시아 등 우방국에서 조전을 보내고 조문 가능성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현준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북한이 이틀 뒤 김정일의 사망 소식을 알린 것은 그동안 김일성 사망 당시의 전례를 살펴보고 충분한 준비를 했다는 뜻”이라며 “이번에도 외부의 요청에 못 이겨 조문객을 수용했다는 식으로 김정일을 신격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북한이 해외 조문객을 수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바꾸면 조문과 관련해 남남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정주영 명예회장과 노무현·김대중 전 대통령 사망 때 김정일이 조화와 조문단을 보냈던 만큼 이번엔 우리도 조문단을 보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보수단체인 라이트코리아는 성명을 통해 “정부는 북한에 조문단을 보낼 생각은 추호도 하지 말아 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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