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삼성 15연패 막은 그 ‘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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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준

프로농구 삼성이 17일 SK와의 경기에서 연장전 끝에 83-76으로 이겨 14연패에서 벗어났다. 지난달 11일 모비스(73-61 삼성 승)와의 경기 이후 37일 만의 승리다. 연패 탈출의 주역은 가드 이시준(28·1m80㎝)이었다.

 이시준은 66-68로 뒤지던 경기 종료 3초 전 2점슛을 성공시켜 경기를 연장전으로 몰고 갔다. 연장전에서도 5점을 넣었다. 이날 이시준은 2006년 프로 데뷔 후 한 경기 개인 최다 득점(27점·5어시스트)으로 팀 승리를 이끌어 “삼성은 가드가 약하다”는 오명을 털어냈다.

 이시준은 28년 동안 이원수라는 이름으로 살았다. 그런데 ‘원수(元秀)’의 어감이 좋지 않아 예전부터 고민을 많이 했다. 결국 지난 9월 시준(始俊)으로 개명했다. 올 시즌 새롭게 출발하고 싶다는 마음도 담았다.

 뜻하지 않게 기회가 왔다. 주전 가드 이정석이 올 시즌 세 번째 경기였던 10월 18일 KGC와의 경기에서 왼쪽 무릎 인대가 파열되는 중상을 당해 시즌을 마감했다. 이시준은 얼떨결에 주전 가드가 됐다. 최선을 다했지만 팀 성적이 문제였다. 이정석이 빠진 뒤 삼성은 SK와의 경기까지 4승20패를 기록했다. 팀 순위는 꼴찌가 됐다. 이 과정에서 프로농구 최장신 선수로 주목 받은 라모스(2m22㎝)가 퇴출됐다. “삼성에는 경기를 이끌 가드가 없다” “가드진이 라모스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등 부진의 화살은 이시준에게 향했다.

 이시준은 “주전 가드라는 책임감 때문인지 생각이 많아지더라”며 “팀을 이끌어야 하는데 망설이는 경우가 많았다. 성적도 좋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했다. 이어 “김상준 감독이 계속 칭찬을 해주셨다. 덕분에 자신감을 잃지 않았고 늦었지만 SK와의 경기에서 감독의 기대에 보답할 수 있었다”고 했다.

 지난 7일 합류한 ‘베테랑’ 김승현(33·1m78㎝)도 큰 도움이 된다. 이시준은 “승현이 형에게 패스·경기 운영·체력 조절 등 많은 것을 배우고 있다. 승현이 형 덕분에 앞으로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김종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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