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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민주통합당, 새 정치 보여야 신당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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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민주당과 시민통합당, 한국노총 등이 합친 민주통합당이 어제 공식 출범했다. 이로써 야권은 중도진보를 표방하는 민주통합당과 강경진보인 통합진보당으로 재편되었다. 민주통합당은 김대중을 계승하는 전통 야당세력과 핵심 친노무현 세력, 재야 시민세력이 뭉쳤다. 특히 한국노총이 가세했다. 민주노총이 통합진보당과 연대한 것을 고려하면 한국 노동계는 전반적인 정치세력화를 달성했다.

 합당과정에서 신당은 정체성 논란에 휩싸였다. 야당은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을 탄생시킨 이래 친노(親盧)와 반노(反盧)로 나뉘어 지금까지 이합집산을 거듭했다. 한때는 원수, 한때는 동지여서 국민은 어리둥절했다. 정체성을 둘러싼 갈등은 내분으로 폭발해 최근 폭력사태와 소송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민주통합당은 출범선언문에서 “민주·시민·노동이 함께하는 새로운 통합의 역사를 만들어 냈다”고 천명했다. 그들이 내세운 새로운 통합이 수년 내에 다시 분열로 변하지 않으려면 신당은 반성과 각오로 시대적 과제에 천착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이 직면한 과제를 양극화로 갈라진 사회에서 봉합의 접점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월가 점령시위로 상징되는 글로벌 앵거(global anger·범세계적 분노)는 금융·투기·신자유주의 자본주의의 한계에 대한 본질적인 도전이다. 전 세계는 지금의 자본주의 체제가 치유할 수 없는 양극화와 실업·계층갈등을 앓고 있다. 이 병은 한국으로 오면 사교육·입시경쟁·부동산 등과 겹쳐 더욱 악화된다. 여기에 2040세대가 좌절하고 분노하는 것이다. 작금의 한나라당 정권이 질병을 다루는 데 한계를 보임으로써 민주통합당의 공간이 더욱 커지게 됐다. 이를 반영하여 신당 강령은 ‘보수정권하에서 만연한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심화’를 극복하는 것을 주요 목표로 삼았다.

 신당은 우선 정치복원에 나서야 한다. 한·미 자유무역협정 비준 동의안을 다루는 데에 있어 당내에는 타협안 수용을 강조하는 합리적인 목소리가 있었다. 그러나 이는 야권통합을 의식한 강경파 지도부에 눌렸고 국회는 파행으로 치달았다. 신당은 여전히 투자자·국가 소송제(ISD) 재협상 등 6~7개 조건을 내걸며 임시국회 일정을 거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연말 예산안 파행’이라는 연례행사가 재연될 우려가 높다. 불출마를 선언한 3선의 민주당 정장선 의원은 “정치 지도자는 맞아 죽어도 타협해야 한다”며 야당의 강경투쟁을 비판했다. 신당은 이 고언을 들어야 한다.

 신당은 무늬만 신당이 아니라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어야 한다. 그것은 거리가 아니라 국회에서 이뤄지는 정치다. 당이 주장하는 대로 복지예산을 늘리기 위해서도 국회에 들어가 예산투쟁을 벌여야 한다. 신당은 투쟁만이 아니라 협상도 수용할 수 있는 ‘공간이 넓은 정당’임을 보여주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