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망한 웹 데이터베이스 시장 선점하자

중앙일보

입력

미국 소프트웨어 업계에 오라클과 기타 업체들 연합군 사이에 전운(戰雲) 이 감돌고 있다.

싸움터는 요즘 한창 주가가 오르고 있는 e-비즈니스 소프트웨어 분야, 목표 고지는 웹 데이터를 관리하는 데이터베이스 시장이다.

기업들이 영업.마케팅.홍보 등 대부분 업무를 사이버 공간으로 옮겨감에 따라 급성장하고 있는 웹 데이터베이스 시장을 먼저 점령하자는 것이다.

시장조사기관인 데이터퀘스트에 따르면 관련시장 규모는 지난해 80억달러에서 2004년에는 1백20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됐다.

먼저 선전포고를 한 쪽은 오라클이다. 오라클은 e-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종류의 소프트웨어를 직접 개발.공급하겠다고 선언함으로써 다른 업체들을 자극했다.

시벨 시스템스.피플소프트.SAP.IBM 등 업계의 터줏대감들은 "한번 붙어보자" 며 전의를 불태우고 있다.

시벨 시스템스 등은 지금까지 오라클에 각종 e-비즈니스 지원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해왔다. 오라클이 세계 최대의 데이터베이스 업체로 성장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해왔던 것이다.

그러나 오라클이 자신들의 영역을 침범, e-비즈니스용 통합 소프트웨어를 생산하겠다고 나서자 배신감을 느끼고 즉각 반격태세를 갖췄다.

형님격인 IBM을 내세워 동맹군을 만들고 고객관리(CRM) .수익관리 소프트웨어 등 오라클에 납품하던 제품을 직접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오라클의 판매담당 임원을 지냈던 시벨 시스템스의 톰 시벨 회장은 "수년간 동고동락했던 사업 파트너들을 외면한 오라클의 사업확장 전략은 얼마 못가 실패할 것" 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미 오라클의 지명도가 정점에 다다랐다는 점에서 시벨 시스템스 등의 역공이 어느 정도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인지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공동 마케팅.연구개발 등으로 고객몰이에 나선다면 업계 구도가 상당히 바뀔 것이라는 점만은 확실하다.

기가 인포메이션 그룹의 애널리스트인 테릴린 팔란카는 "오라클 고객들이 갑자기 거래처를 바꾸지는 않을 것" 이라며 "그러나 반(反) 오라클 업체들이 오라클 고객들의 제품 업그레이드 수요를 상당부분 흡수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고 말했다. 이미 시벨은 IBM과의 제휴 덕택에 2분기에 60건의 계약 실적을 올렸다.

수십억달러의 향배가 걸린 싸움이라 양측의 설전도 뜨겁다.

제레미 버튼 오라클사 수석부사장은 "IBM이 과거의 오라클 흉내를 내 새로운 제휴관계로 업계를 장악하려 하지만 고객들의 소프트웨어 비용 부담이 커 쉽게 성공하기 힘들 것" 이라고 말했다.

오라클의 소프트웨어는 통합성이 높아 별도의 컨설팅.관리가 없이도 즉석에서 사용할 수 있다.

그러나 판매.고객.수익 관리 등의 소프트웨어를 여러 업체로부터 구입할 경우 비싼 컨설팅 비용을 따로 지불해야 한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연합군을 이끄는 IBM의 재닛 페르나 소프트웨어 사업부문 사장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 라며 "오라클의 매출을 상당히 잠식해 들어갈 자신이 있다" 고 말했다.

IBM은 10억달러의 투자계획을 세운 데다 이미 독자적인 데이터베이스 소프트웨어 개발 의사가 없음을 천명해 제휴 기업들을 안심시키고 있다. 상생(相生) 관계로 이익을 극대화하겠다는 것이 IBM의 전략이다.

가트너 그룹의 인터넷 비즈니스 분석가인 카렌 피터슨은 "IBM 연합군이 오라클의 적수가 될 수 있을지는 3~6개월 정도 지나야 판가름날 것" 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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