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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 넘어 사회적 가치 창출하는 것이 기업경영 목표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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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24면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

Q.가치경영이 무엇입니까? 가치경영의 전제는 무엇이고, 여기에 어긋나는 우리 기업 문화로는 어떤 게 있나요? 지속가능 경영과는 어떻게 연관되나요?

경영 구루와의 대화<11> 김효준 BMW그룹코리아 사장①

A.기업의 목적은 이윤 창출을 넘어 가치를 만들어내는 겁니다. 기업이 추구해야 할 공동선은 지속적인 가치의 창출이고, 이런 경영이 바로 가치경영이죠. 물질적인 부는 이런 가치의 일부일 뿐이에요. 신제품, 새로운 기술, 새 디자인, 새로운 산업, 여태 없었던 문화적 코드 같은 사회적 가치도 여기에 속합니다. 지속적으로 이런 가치를 만들어내 고객과 사회가 향유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바로 기업의 역할이라고 봅니다. 자동차 회사로서 BMW가 낮은 배기량으로 높은 출력을 내는 엔진 다운사이징에 주력하는 것도 고객 가치, 나아가 환경보전이라는 사회적 가치와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가치 경영을 하는 건 그래야 지속가능성이 담보되기 때문입니다. 요즘 상생이 화두입니다만 저는 파트너십 가치라고 표현합니다. 협력업체는 을이 아니라 파트너입니다. 파트너와의 관계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바로 상생이죠. 5년여 전 독일 본사의 미하엘 가날이라는 신임 판매 담당 부사장과 이야기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저에게 도와줄 일이 없냐고 묻기에 저에 대한 인사고과 평가 항목에 ‘딜러의 수익성’을 포함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 회사를 비롯해 BMW의 전 세계 판매법인은 BMW가 생산한 자동차를 도매로 딜러에게 넘기고 딜러들은 고객에게 이 차를 소매로 팝니다. 그런 만큼 딜러는 우리의 핵심 협력업체라고 할 수 있죠. 그러자 가날 부사장은 “딜러는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할 뿐인데 그 사람들의 수익성을 당신이 책임지는 것이 맞느냐”고 반문하더군요. 저는 프리미엄 브랜드는 프리미엄 제품의 가치를 팔아야 하는데 딜러는 그 가치를 고객에게 전달하는 사람으로, 가치를 느껴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흘 뒤 전 세계 판매법인 사장들에게 ‘앞으로 평가 항목에 딜러의 수익성을 포함시킨다’는 가날 부사장의 편지가 발송됐습니다. 딜러도 챙기라는 메시지였죠. 이 일로 대부분 독일 사람인 다른 판매법인 사장들의 원성을 듣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 때 이 정책이 진가를 발휘했습니다. GM 등 미국 자동차 빅3도 고전한 그 시절 BMW는 딜러와의 공고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가장 빨리 실적을 회복했습니다.

가치경영의 대전제는 구성원·협력업체 등 이해관계자의 참여입니다. 참여를 활성화하려면 권한 위임이 제대로 이뤄져 임직원들이 스스로 경영활동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가져야 합니다. 또 가치경영과 상충하는 내부 환경을 바꿔야 합니다. 상명하복의 경직된 기업문화나 집단주의·권위주의 같은 것들이죠. 권한을 적절하게 위임하면 사실 CEO가 결재할 일도 별로 없습니다. 구성원들이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와 비전이 무엇인지 아니까 모두 그에 맞춰 일하기 때문이죠.

이런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시스템이나 문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4년 전 일입니다. 우리 회사는 분기마다 영업성과표를 만들어 전 구성원에게 설명해 줍니다. “지난 분기에 우리 성과는 어떻고 지금 추세라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경쟁사의 상황은 이렇다” 뭐 이런 내용이죠. 이렇게 설명을 하고 마치려는데 입사한 지 한 달밖에 안 된 한 남자 직원이 손을 번쩍 들고 저에게 물었습니다. “사장님, BMW가 프리미엄 브랜드이고 프리미엄 제품을 판다고 하면서 왜 급여는 프리미엄이 아닙니까?” 임직원들이 다들 놀란 표정이었습니다. 특히 인사와 재무를 맡은 독일인 CFO가 당황했습니다. 저는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가 추구하는 가치와 맞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인사 담당 간부에게 물어보니 급여를 조정하면서 하위 직급에서 경쟁사와 5~10% 임금 격차가 생겼다는 겁니다. 그래서 당장 올리라고 지시했습니다.

그런데 독일 본사의 인사 담당 부서에서 급여 인상 시점인 1월이 아니라고 승인을 하지 않는 겁니다. 그때가 7월이었죠. 각국의 BMW 현지법인 역시 1월에 급여를 결정합니다. 본사 인사 담당 부사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었습니다. 바로 10여 년 전 저를 채용한 분이었죠. 1995년 독일에 가서 CFO 채용 면접을 할 때 저는 “한국에서 BMW가 성공하려면 동기 부여가 확실히 된 소수 정예로 회사를 꾸리고 급여를 업계 평균보다 10% 더 지급해야 한다”고 주장해 이를 관철했습니다. 제가 CEO로 승진한 뒤 이 방침이 지켜지지 않은 거죠. 저는 “내년 1월에 20% 올리느니 지금 조정하는 게 낫다”고 설득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연봉협상 철도 아닌데 하위직 급여를 10~15% 올렸습니다. 직원들은 급여가 오른 것도 좋았겠지만 이런 기업문화가 마음에 들었을 겁니다. 새내기들이 사장에게 당당하게 말하고 사장이 그 얘기를 귀담아 듣는 회사, 문제가 있으면 묻어두지 않는 회사에서 구성원은 더 이상 회사의 부속품이 아닙니다.

이런 회사의 구성원은 열심히 일합니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내고 가치를 만들어내면 회사가 발전하고 그 성과가 나에게 보상으로 돌아온다고 믿기 때문이죠.
현대 경영은 휴먼 비즈니스입니다. 과거 발명의 시대엔 생산이 중심이었고, 발견의 시대에 판매가 중심이었다면 지금 같은 창조의 시대엔 고객·시장 등 이해관계자, 즉 사람이 중심입니다. 이익을 사회에 환원하는 것으로 기업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사회에 가치를 안겨줘야 합니다. 그 가치에 나름의 철학을 실어야 합니다.
제품이나 서비스가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차별화된 가치와 철학을 담고 그것을 제대로 전달해야 합니다. 가치를 창출해도 전달하지 못하면 실패하는 시대입니다. 이해관계자와의 소통이 절실한 까닭이죠.



기획·정리=이필재
포브스코리아·이코노미스트 경영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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