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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계 출품작 돌풍...첫날 매진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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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9호 12면

1 마이애미 거리에 마련된 설치 작품. 사진 AP

올해는 유달리 경제와 정치가 혼란스러워 미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그다지 신바람이 나지 않았던 한 해였다. 하지만 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12월 1~4일·이하 바젤 마이애미)는 그런 생각을 싹 날려 줄 만큼 한 해의 멋진 마무리가 되어주었다. 바젤 아트페어는 1년에 3곳에서 열린다. 5월에는 홍콩, 6월에는 스위스 바젤, 12월에는 미국 마이애미다. 3곳에서 열리는 바젤 아트페어는 모두 현대미술 시장이지만 조금씩 다른 특징을 지녔다. 스위스 바젤은 분위기가 다소 보수적이고 관람객의 3분의 2가 유럽 컬렉터다. 렘브란트·고갱·고흐 등 대가들의 작품이 절반, 현대 작품이 절반을 차지한다. 바젤 홍콩(아트 홍콩이라 불렸지만 바젤 인터내셔널이 얼마 전 인수하면서 이름이 바뀌었다)은 컨템퍼러리 작품이 많지만 대부분 아시안 컬렉터에 초점을 맞춘다.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블루칩 아티스트 중에서도 이름이 잘 알려진 작가의 작품을 주로 선보인다.

올해 마무리 미술장터 ‘바젤 마이애미 아트페어’를 가다

그러나 마이애미는 위의 두 아트페어와는 다르다.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각국의 젊은 컬렉터들이 모여들어 뭔가 새로운 것을 찾는 창의적인 에너지가 제일 강하다. 국제적으로 명망 있는 갤러리들이 차려놓은 부스에는 떠오르는 독특한 취향을 가진 신진 작가의 기발한 작품이 가득하다. 은퇴한 부호들과 자가용 제트기로 이동하는 젊은 부자들, 그리고 지리적으로 인접한 라틴계 부호들까지 모여드는 덕분에 최근 가장 잘나가는 블루칩 아티스트는 물론, 작품성에 비해 인지도가 떨어졌던 중견 작가들, 쉽게 접하기 힘든 라틴 아티스트의 작품까지 고루 만날 수 있었다.

2 바바라 크루거의 작품. 사진 AP 3 독일 작가 토비아스 레흐베르거의 작품. 사진 AP

올해 바젤 마이애미에는 총 260여 개의 갤러리가 참여했다. 예전과 달리 미디어 아트나 비디오 등의 멀티미디어는 줄어들었고, 페인팅이나 아트적 색채를 띤 컨셉트 공예, 조각 등이 부각됐다. 특히 재료의 다양성이 눈에 띄었다. 특히 따뜻한 느낌을 표현하는 찰흙이나 천은 물론 구리·유리 등의 재료를 이용해 자신만의 메시지를 시각적으로 색다르게 표현하고자 한 작품이 많았다.

갤러리들은 한정된 공간 속에서 개성을 드러내기 위해 치밀한 전략을 짰다. 바젤 아트페어에 처음 참가한 프랭클린 파라슈(Franklin Parrasch) 갤러리는 모든 신문들로부터 ‘최고의 부스 중 하나’ ‘미술관 수준의 질을 자랑하는 부스’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들은 크레이그 카우프먼(Craig Kauffman)과 존 매크레켄(John McCracken)의 심플하고 관념적인 미니멀 작품들을 멋지게 전시했다. 갤러리 대표인 프랭클린 파라슈는 “우리는 이 부스가 돋보일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생각해왔다”며 자부심을 감추지 않았다. 화려한 대부분의 부스와 달리 조용하고 정적인 작품들을 배치해 상대적으로 더 눈에 띄게 만든 전략이 성공한 셈이다.

4 특별전을 한 한국 작가 양혜규의 신용할만한 지평선 아래. 100x70cm 5 파울로 나자레스가 자신의 설치 작품 앞에 서있다. 사진 AP 6 에두아르도 사라비아의 스네이크 스킨 부츠(2011).

뉴욕과 파리에 지점이 있는 르롱(Lelong) 갤러리 또한 인상적이었다. 이 갤러리는 심미적이고 관념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페터 코언(Petah Coyne) 같은 여성 작가에 주목했다. 깃털 등의 재료를 이용한 그녀의 아름다운 조각은 많은 사람의 눈길을 끌었다. 갤러리 디렉터 린지는 “많은 여성 컬렉터들이 여성적 시선을 가진 작품에 흥미를 보였다. 미술관에서도 여성 작가의 작품을 더 수집하겠다며 우리에게 요구해온다”고 들려주었다.

그동안 아프리카 출신 작가들을 후견해 온 뉴욕의 잭 시먼(Jack Shinman) 갤러리는 행크 윌리스 토머스(Hank Wills Thomas)나 토잉 우두톨라(Toyin Odutola) 같은 아프로-아메리칸 작가를 주력으로 내세웠다. 부스를 가득 채웠던 많은 작품들이 놀랍게도 오프닝 당일 다 팔렸다. 잭 시먼은 “최근 아프리카 계열 작가 작품에 대한 높은 관심을 고려해본다면 이러한 상황(품절)이 그다지 놀라운 일은 아니다”라며 “이국적인 취향에 이끌린 사람들이 합리적인 가격을 보곤 바로 구매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유럽에서 온 몇몇 갤러리, 특히 아미 레이(Almie REch)는 부스를 재미있게 꾸며놓았다. 작품당 100만 달러의 가치가 있는 리처드 프린스(Richard Prince)의 작품과 1만 달러 안팎에 거래되는 로스앤젤레스 젊은 작가들의 작품을 조화롭게 전시한 점이 돋보였다.파리의 이본 람베르(Yvont Lambert)는 멕시코 출신 작가 카를로스 아모랄레스(Carols Amorales)의 블랙&화이트 예술 작품들을 페인팅과 세라믹, 유리공예, 조각상 등과 함께 배치함으로써 이목을 끌었다. 더 많은 미니멀리즘적 요소를 통해 미니마이징의 극대화를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컬렉터들은 거의 모든 나라에서 왔다. 미술관 중역들도 많았고, 이제 막 컬렉팅을 시작한 초보자들도 많았다. 영화배우 캐서린 제타 존스와 마이클 더글러스 커플, 윌 스미스, 가수 카니예 웨스트 등 셀레브리티들이 편안한 차림으로 그림을 즐겼다. 하지만 가장 눈에 띄는 건 20~30대 젊은 컬렉터들이었다. 이들은 ‘축제’에 흠뻑 취하면서도 아트 어드바이저 등을 동행해 실질적인 구매자 역할도 톡톡히 해냈다.

마이애미의 따뜻한 기후는 성공 요인에 빼놓을 수 없는 공신이다. 밤마다 서로 다른 언어로 가득 찬 마이애미의 남쪽 해변에서 파티를 즐기고 바람을 맞으며 해변을 걷는 수많은 사람들은 이번 전시가 단순한 아트페어를 넘어 세계적인 축제의 장으로 자리매김해 나갈 것임을 보여주었다.
아트페어에서 가장 중요하고 까다로운 작업은 작품을 어떻게 잘 전시하고 포장할 것이냐 하는 것이다. 대중들에게 시각적인 충격은 물론, 감정적인 즐거움까지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트페어는 단순한 장터를 넘어 모든 이를 위한 미술관이자 시각적 놀이터가 되어가고 있는 셈이다. 축제의 장으로서 흥겨움을 더하는 바젤 마이애미가 더욱 외형을 넓힐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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