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로봇이용 수술자는 재미교포 의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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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처음으로 로봇을 이용해 동물실험을 한 의사가 재미교포라는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화제의 인물은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클리닉 최소침윤 수술센터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재미교포 성경탁(40) 박사.

성 박사는 지난 98년초 세계 최초로 컴퓨터 모션사가 개발한 외과용 로봇 `제우스'' 시스템를 이용, 원거리에서 돼지 5마리의 신장과 부신을 제거하는 수술에 잇따라 성공했다.

제우스 시스템은 초소형 카메라가 부착된 직경 10㎜가량의 관을 통해 집게와 가위 등이 달린 초소형 로봇 팔을 환자의 몸속에 넣고 최고 10배로 확대된 모니터를 보면서 원격조정해 수술하는 것으로 최근 미국과 독일에서 인체시술에 성공한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다빈치'' 시스템과 같은 것이다.

성 박사는 당시 돼지 4마리에 대해 복부를 미세절개해 양손으로 수술도구를 환자의 환부에 밀어 넣고 시술하는 복강경 수술을 한 뒤 두가지 수술법의 장.단점을 비교한 논문을 지난해 미국 비뇨기과 학회지를 통해 발표했다.

성박사는 이 논문에서 "로봇을 이용한 수술은 복강경 수술의 단점으로 지적되는 의사의 손떨림 현상을 완전히 제거해 더욱 정확한 시술을 가능하게 한다"고 밝혔다. 그는 또 "로봇 수술은 인터넷을 통해 원거리에서도 가능하기 때문에 초고속 통신망의 안전성만 확보되면 다른 나라에 있는 환자를 수술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컴퓨터 모션사와 인튜이티브 서지컬사의 의뢰를 받아 한국 시장조사를 위해 지난달 31일 입국한 성 박사는 5일 "로봇 수술은 환자의 고통을 최소화하는데다 회복속도가 매우 빠르기 때문에 2-3년안에 국내에 도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부산 동아대병원에서 비뇨기과 교수로 5년간 근무했던 성 박사는 지난 97년 6월 교환교수로 나갔다가 로봇 수술에 매료돼 교수직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지금까지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한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로봇 수술을 익힌 그는 "국내에 들어와 외과수술을 최소화하는 `최소침윤 수술센터''를 설립하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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