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삼성서 이병철 회장 10년간 보필한 손병두 KBS 이사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4면

8일 경기도 김포의 미래사목연구소에서 손병두 KBS 이사장과 정의채 몬시뇰, 차동엽 신부(왼쪽부터)가 만났다. 그들은 24년간 잠자던 이병철 회장의 질문지를 세상으로 불러냈다.

삼성그룹 회장 비서실에서 10년간 일했던 손병두(70·전 전경련 부회장·전 서강대 총장) KBS 이사장에게 물었다. “이병철 회장은 실제 어떤 분이셨나?” 손 이사장은 “유교적인 집안에서 성장하신 분이다. 늘 『논어』를 가까이했다. 거짓말하는 걸 제일 싫어하셨다. 일을 하다가 잘못하는 건 용서하지만, 거짓말하거나 부정한 건 가차 없었다. 집안의 선비 전통 때문이 아닌가 싶었다”고 말했다.

 당시 삼성그룹의 비서실에는 필경사가 있었다. 손 이사장은 “이 회장께 서류를 올릴 때면 필경사가 또박또박한 글씨로 다시 썼다. 이 글씨체를 보니 비서실에서 일할 때 생각이 난다.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이 회장에 대한 일화를 하나 꺼냈다. “이 회장께선 초대 전경련 회장이었다. 젊은 기업인에게 강연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은 적이 있다. 강연 초안을 만들고, 다시 고치는 과정을 석 달 동안 하셨다. 원고가 완성됐는데도 아침마다 저를 불러서 읽으셨다. 나중에 알았다. 사람을 앞에 두고 강연 연습을 하신 거였다. 또 갑자기 ‘강연장에 가서 사진을 찍어오라’고 했다. 나중에 보니 강연장의 병풍과 내부 모습을 보고, 거기에 맞춰 양복 색깔을 고르셨다. 그만큼 철저했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너라’는 말이 있지만, ‘돌다리를 두드리고 건너는 사람을 보고 건너라’는 느낌이 들 만큼 일 처리가 치밀한 분이셨다.”

백성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