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인권조약, 세계헌법으로 선포하자” 1948년 이후 100년의 꿈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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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왜 분노하지 않는가
존 커크 보이드 지음
최선영 옮김, 중앙북스
250쪽, 1만3000원

이 책을 손에 쥐고 읽는 건 인류 가족(human family)을 새롭게 만나는, 꽤 특별한 경험이다. 단순한 교양서를 넘어 지구촌 인권운동에 동참하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신간 자체가 인권 개선을 위한 워크북이며, 이를 전 지구 차원에서 다룰 ‘2048 프로젝트’ 의 필요성과 로드맵을 두루 제시한다.

 2048 프로젝트는 2048년까지 세계인권조약을 각국이 체결하고, 이걸 세계헌법으로 선포하자는 것이다. 백일몽이 아닐까?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만도 이 난리인데, 법적 강제력까지 갖는 인권조약이라고? 맞다. 이걸 옆에 놓고 각국의 법정에서 인권 관련 재판을 진행하도록 한다는 놀라운 비전이다.

 그럼 지금의 세계인권선언은 뭐지? 용도 폐기될까? 당연히 드는 의문인데, 책의 스토리는 1948년 세계인권선언 탄생에서 시작된다. 2차 세계대전 당시 미 대통령 프랭클린 루스벨트, 그는 전쟁의 참상에서 벗어나 진정한 평화를 갈망했다. 갈망은 유엔헌장 채택으로 열매를 맺었으나 뭔가 부족했다.

 그가 설파했던 공포로부터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언론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4대 기본권을 위해 유엔이 인권위원회를 설립했고, ‘세계권리장전’ 제정을 서둘렀다. 그때가 냉전 초기, 각국의 이해가 엇갈리자 ‘장전’ 선포 대신 강제력이 없는 ‘선언’으로 만들자는 데 일단 합의했다.

 4대 기본권이 들어간 인권선언은 그런 노력의 열매이지만, 이후 몽상가들의 꿈은 더 커졌다. 인권선언 선포 100년 뒤까지 법적 강제력을 갖는 조약으로 승격시키자는 프로젝트가 꿈틀댄 것이다. ‘백년의 꿈’을 위한 이 운동을 이끄는 이가 저자 존 커크 보이드(캘리포니아대 버클리캠퍼스 법대) 교수다.

 물론 각국이 조약의 조문에 합의해야 하고, 차례로 서명하는 복잡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데, 저자는 그게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47개 회원국이 서명한 유럽인권조약이 1950년 만들어졌고, 그 토대 위에 인권재판소를 운용하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다른 192개국에서도 실행 못할 게 없다.

 인권조약이말로 평화와 번영에 결정적이라는 신념에 찬 목소리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부록으로 전문(前文)과 40개 조로 구성된 세계인권조약 초안이 있다. 이 책을 주변에 두루 권유하고, 독후감·아이디어를 2048 프로젝트 공식 웹사이트(www.2048.berkeley.edu)에 올려달라니 이점 참조 바란다.

조우석(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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